
지난달 29일 기상청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2021년 8월9일)의 저탄소 및 고탄소 시나리오 등 2종에 따른 17개 광역시도, 220여개 시군구, 3500여개 읍면동별 기후변화 전망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1991~2020년) 한반도의 겨울은 12월4일부터 이듬해 2월28일까지로 총 87일간이었다. 이는 1981~2010년 평균치인 94일보다 일주일이나 짧아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조장하는 탄소배출을 무분별하게 할 경우, 현재 0.3일인 한파일수(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 이하인 날)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겨울 일수도 줄고, 한파일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과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는데, 올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걸까?
이른바,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상기후(폭염, 폭우, 한파, 폭설)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겨울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한반도에는 더 강력한 추위가 찾아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겨울철 한파는 결국 북극의 찬공기가 얼마나 남하하느냐에 달렸는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수온이 높아지면 북극의 찬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영하 50℃에 달하는 찬공기가 한반도로 쓸려 내려온다. 북극의 평균기온은 197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3.1℃ 상승했는데, 전세계 평균 기온상승치보다 약 8배나 빠른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파가 막강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또 있다. 바로, ‘더블블로킹’ 현상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쪽과 동쪽으로는 동서간의 공기흐름을 방해하는 저지 고기압(블로킹)이 위치해 있는데,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우랄산맥 부근의 우랄블로킹과 오호츠크해 부근의 블로킹 2개가 그렇다. 우랄블로킹은 북극의 찬공기를 한반도로 끌어내리는 수도꼭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오호츠크 블로킹은 한반도로 차곡차곡 쌓인 찬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블로킹 한파는 일반 한파보다 추위의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길다. 국내 대기과학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45년간(1975~2019) 한반도에 나타난 166번의 겨울철 한파 현상 중 블로킹 한파는 전체 한파의 2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더블블로킹은 2.4%(4번)로 드물게 나타났지만 위력과 지속기간은 모두 역대급이었다.
1월은 평년에서 크게 벗어난 추위가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연중 가장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기간이므로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