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이 울산을 비롯한 전국으로 재확산해 산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나 방제에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민의힘 정희용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피해목은 약 38만 그루로 2021년 4월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재선충병 방제 예산은 560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814억원보다 31%나 줄었다. 산림청은 올해 약 78만 그루가 재선충병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재선충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0.6~1㎜ 크기의 작은 벌레다. 실 같이 생긴 이 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과 같은 매개충 안에 있다가 나무의 상처 부위로 침투해 증식한다. 이 선충은 한번 번식하면 급속도로 확산돼 나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를 막는다. 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말라 죽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소나무가 멸종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서서히 늘어 지난 2014년 감염목 218만 그루로 최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감염목이 줄어들었으나 최근들어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한 소나무는 38만여 그루다. 2021년(30만7919그루)과 비교해 22.7%나 늘어났다. 피해등급으로 분류해보면 울산 북구와 울주군은 5단계 중 ‘중’(1만~3만 그루)에 해당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피해목이 두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주변에서 눈에 보이는 고사목들을 합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다시 확산 추세로 돌아선 것은 봄철 가뭄 등으로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이 확대된데다 방제예산까지 줄어들면서 적기방제 및 예방조치가 미흡했던 때문이다. 특히 울산에서는 훈증처리한 더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계속 쌓아놓고 있는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감염목은 제때 치우지 않으면 산불의 원인이 되고, 그럼으로써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서식밀도를 급속도로 증가시킨다.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 방제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감염목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해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특히 매개충이 활동하는 4~9월에 철저한 방제를 통해 피해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나무 재선충 방제 예산을 충분히 늘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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