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은 참 중요하다. 그 중요한 재활용이 잘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해야한다. 미취학 아동 시절일 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이도 들어온 말이다. 어린 마음과 호기심에 왜 해야하는 거냐고 물어보면, 이상하게도 다들 확실한 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는게 좋으니까, 환경을 위하는거니까,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하니까 등의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뚜렷한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르는걸까? 그러다 문득, 잘 되고 있는게 맞을까? 라는 생각으로 접어들게 된다. 필자는 참 궁금했고 이것저것 조사해 봤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의 총 폐기물의 88%는 재활용됐다. 산업현장과 가정에서 나오는 총 쓰레기의 8할이 재탄생됐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필자가 지금까지 보아온 현장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재활용과 분리배출은 유기적인 관계인데, 주택가의 거리만 봐도 분리배출이 전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환경부의 재활용률은 ‘명목적인’ 재활용률이라고 한다. 폐기물이 재활용품 선별장에 넘어가기만 하면 재활용된 것으로 치는 참 아이러니한 책정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음식물부터 재활용품, 일반 쓰레기까지 다 섞인 이 봉투가 선별장에 넘어가면 재활용됐다고 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통계가 그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판단해 직접 울주군에 위치한 재활용품 선별장에 가보았다. 왕복 택시비 3만원이라는, 대학생에게는 피와 같은 거금을 들여 가본 그곳에는 ‘쓰레기 산’이 놀라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울주군의 단독주택에서 수거한 재활용 폐기물이 선별장에 모인 것이라고 한다. 분명 재활용 폐기물만을 수거한 것일텐데도 일반 쓰레기와 구분하기 힘든 상태였다. 그걸 크레인으로 퍼다가 10명 조금 넘는 근무자분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선별하시는데, 재활용이 잘 될리가 없었다.
필자는 이러한 현장을 보고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많이 쳐줘도 20%라고 생각했다. 유리병은 다 깨져있고, PET병은 유· 무색이 다 섞여있었다.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들어왔던게 분리 배출이고 재활용인데, 다 의미 없었다는 것 아닌가. 이러한 상황이 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대표적인 원인은 이러했다.
첫 번째, 시민의식이 너무나도 낮아 분리 배출이 하나도 되고 있지 않다. 필자는 이러한 현장을 보며, 주민들이 배출 규정을 잘 모르고 있는걸까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내놓을 수가 없다. 재활용 폐기물을 깨끗한 상태로 배출하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잡다한 것들을 전부다 쑤셔박고는 배출하는 게 말이나 될까 싶다.
두 번째, 정부의 무관심이다. 재활용률이 88%에 육박하며, 이것이 명목적인 책정방식으로 잘못되고 있는 것을 알고있을까.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직접 찾아보지 않고서야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리 배출을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재활용이 잘 되기 위한 행동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렇게나 중요한 내용이면서 정부는 공식 브리핑이라든지, 주기적인 재활용 현황이라든지 아무것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왜 그런걸까. 일개 대학생인 필자가 보았을 때도 재활용이 잘 안되고 분리 배출의 심각성이 잘 느껴지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이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도 보이곤 한다.
국정과제로 ‘탄소 중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수립’을 내건 현 시점에서, 누구나 탄소 중립을 행할 수 있는 재활용에 이렇게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참으로 안 될 일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정확한 현황 파악’을 1순위로 하여야만 할 것이다. 이어서 재활용과 분리배출 그리고 폐기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시민의식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 주민은 거주 지역과 환경, 미래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나몰라라’식의 배출은 지양해야 할 모습 중 하나이다.
송휘호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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