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일주일 전에는 통도사 홍매가 피어서 미리부터 봄을 알렸다. 입춘의 春(춘)은 日(해 일)자와 艸(풀 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새싹이 햇살을 받으면서 돋아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갑골문으로 새겨져 있는 이 글자는 문자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이 갑골문의 그림이 세월이 흐르면서 해서체 ‘春’으로 바뀐 것이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봄 외에도 ‘용수철’ ‘옹달샘’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용수철은 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용수철(龍鬚鐵)의 용수(龍鬚)는 돌돌 말린 용(龍)의 수염(鬚)을 말하는데 이 수염은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다. 용수철이 그렇듯이 새싹들은 땅을 뚫고 오르는 성질이 있다. 돌틈 속에서 솟아 나오는 옹달샘도 그렇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땅속에서 뛰쳐나오는 것도 그렇다.

아직은 얼어 있으리, 한/ 나뭇가지, 가지에서/ 살결을 찢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싹들/ 아, 이걸 생명이라도 하던가// 입춘은 그렇게 내게로 다가오며/ 까닭 모르는 그리움이/ 온 몸에 쑤신다// 이걸 어찌하리/ 어머님, 저에겐 이제 봄이 와도/ 봄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봄 냄새 나는 눈이 내려도. ‘입춘’ 전문(조병화)
기상청은 일 평균기온(9일 이동평균)이 특정온도에 도달하거나 밑으로 내려간 후 다시 기존의 평균기온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첫 날을 해당 계절의 시작으로 본다. 그렇게 봤을 때 지난 30여년 동안 전국적으로 봄이 시작된 날짜는 평균 3월12일이었다. 그런데 울산은 그 보다는 훨씬 빨리 봄이 온다. 24절기는 고대 중국의 화베이(華北)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봄은 이미 울산 사람들의 가슴에 깃든지 오래다.
입춘부터 우수까지 15일간의 기후나 그에 따른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말로 ‘입춘삼후(立春三候)’라는 말이 있다. 입춘날부터 첫 5일간인 초후에는 ‘동풍해동(東風解凍)’이라 해서 동풍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그 다음 5일간인 중후에는 ‘칩충시진(蟄蟲始振)’이라 해서 잠자던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하며, 우수 전 마지막 5일 동안인 말후에는 ‘어척부빙(魚陟負氷)’이라 해서 물고기가 올라와 얼음을 등에 진다고 했다.
입춘축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재종춘설소(災從春雪消) 복축하운흥(福逐夏雲興). 토끼해를 맞아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