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역대 최악의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 주민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희생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진은 7.8로, 약 3만명이 사망한 1939년 터키(현 튀르키예) 지진과 같은 위력이었다. 이날 지진으로 건물이 최소 5606채가 무너졌다고 튀르키예 정부는 발표했다. 건물이 형체 없이 무너지는 데는 단 10초도 채 걸리지 않아 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을 계기로 울산도 지진 대비 태세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단층대가 지나가는 울산, 경주, 포항은 언제, 어느 지점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은 2016년 9월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내남)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이어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들 역대급 지진들은 모두 양산~울산(언양)~경주~포항을 잇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기상청에서 본격적으로 지진 관측을 했고, 울산은 1991년부터 관측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지진은 동남권, 남부내륙, 서해안지역에 걸쳐 L자형으로 발생했다. 울산은 그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울산은 전체면적 1061㎢ 중 20㎢가 연약지반이어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의 설비 노후화는 극히 심한 상태로, 25년 이상이 60%, 40년 이상이 17%나 된다. 뿐만 아니라 지하매설배관은 1000㎞ 이상이 노후화돼 있다.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동북대지진의 경우 수십층 높이의 구형(球形) 저장탱크 지지대가 내려앉고 지상배관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한반도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열도와 달리 유라시아판 안쪽에 있어 일본보다 지진 발생 빈도나 강도가 낮지만 그렇다고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더욱이 울산은 남쪽과 북쪽에 대규모 원자력단지가 자리해 있는 상황이다. 또 내진 성능을 가진 건물의 비율은 여전히 15%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2019년 울산시는 ‘울산형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지진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시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울산형 지진방재종합계획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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