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 약한 국립외교박물관 보다 이예기념관 설립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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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명분 약한 국립외교박물관 보다 이예기념관 설립 서둘러야
  • 경상일보
  • 승인 2023.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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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가 조선시대 통신사 이예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 대신 국립외교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김영길 중구청장은 이를 위한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훌륭한 인물을 기리는 기념관이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는 박물관 조성은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애향심과 정주의식을 높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울산지역에서 이예 선생의 기념관이 아닌 국립외교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외교박물관이 없다. 2006년 4월 설립한 외교사료관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외교원 내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외교사료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곳으로 일반인 견학도 가능하다. 설령 국립외교박물관이 필요하다면 외교사료관을 확대해 박물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다. 외교는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고유 업무의 하나로 지역색을 갖기 어려운 분야다. 단지 조선시대 통신사 중 한명인 이예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이유로 국립외교박물관을 울산에 건립해야 한다고 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공연히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구와 울산시는 국립외교박물관이 아닌 중단된 이예기념관 건립 논의를 서둘러 재개해야 한다. 울산출신의 이예 선생(1373~1445)은 조선 전기 대일외교를 주도한 전문외교관으로 많은 공을 세웠다. 2005년 문화관광부의 2월의 문화인물, 2010년 외교통상부의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에 선정되기도 해 인지도도 높다. 이예 선생을 기리고 외교관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념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영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많은 예산을 들여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기념관들도 대부분 생가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자료를 보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소규모 공간이지만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중구는 인물기념관을 적잖이 조성했다. 하지만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을 드물다. 한글학자 최현배를 기리는 외솔기념관은 2010년 3월 중구 병영길에 개관해 2013년 9월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으나 2017년, 2020년에 이어 2022년에도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1년 중구 복산공원에 조성한 아동문학가 서덕출전시관은 성남동으로 옮겨 문학관으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전시관마저 폐쇄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2018년 중구 옥교동 2층 주택을 매입해 조성한 가수 고복수음악관은 위탁운영자의 사정으로 2층 생활문화공간이 문을 닫고 있다.

국립외교박물관이나 이예기념관 설립을 논하기에 앞서 이들 인물기념관의 활성화 방안 모색이 먼저다. 문화재단 설립을 통한 운영의 일원화를 서두르고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살거리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단순한 사료전시관으로는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없는 죽은 공간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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