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은 쉽게 말해 공기의 움직임이다. 공기로 둘러 쌓여 있는 지구는 항상 공기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바람 역시 끊임없이 분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바람을 재미있으면서 정감가는 순우리말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동서남북에서 부는 바람을 샛바람(동풍), 하늬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높바람(북풍)이라고 불렀다. 첫 가을에 부는 동풍은 ‘강쇠바람’, 뒤쪽에서 불어와 치마를 들추기도 하는 ‘꽁무늬바람’, 맵고 독하게 부는 찬바람은 ‘고추바람’,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을 ‘명지바람’ 혹은 ‘명주바람’이라고 했다. 또한 육지의 모든 것을 싹 쓸어가는 바다에서는 배가 뒤집힐 정도로 세게 불기 때문에 ‘싹쓸바람’이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봄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이기도 하다. 기후특성상 3~4일 간격으로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는 데다가, 아직 상층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 있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 태양열을 많이 받아 금방 데워진 지면으로는 따뜻한 공기가 위치하면서 상하간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대류현상까지 강해져 수직·수평적으로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봄바람은 대개 차가운 북풍계열의 바람에서 따뜻한 남풍바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공기의 움직임이 심하다. 여기에 두 기압의 기압차가 커질수록 이 바람들이 우리나라를 지나는 공기 통로가 무척 좁아지면서 위력적인 강풍이 불게 된다. 넓은 들판에서 부는 바람과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바람이 더 강해지듯이 말이다. 게다가 국토의 70~80%가 산면인 우리나라는 같은 바람이 불더라도 지형적인 영향에 따라 그 강도가 더해진다.
현재 내륙 곳곳으로 건조특보가 내려긴 가운데 대기가 매우 건조하다.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작은 불씨가 쉽게 큰 불로 이어질 수 있어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소방당국이 산불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시민안전의식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 산불은 100년 넘게 가꾸어온 산림을 단 3초 만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맑은 날씨에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 산불예방에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