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京都)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 도시이자 관광도시다. 교토부 자료를 보면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년간 무려 8791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들이 쓰고 간 관광소비액은 13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또 교토관광협회 자료에는 2019년 한 해 동안 886만명의 외국인이 교토시를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교토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장소별 순위를 보면 청수사가 1위로 교토방문 외국인의 66.6%를 차지하고 있고, 2위는 이조성(二條城), 3위는 후시미이나리(伏見稻荷)신사, 4위가 금각사였다.
교토의 경우 주요 관광지는 모두 건축물인데, 청수사와 금각사는 불교 사원이고, 이조성은 근세 성곽, 후시미이나리는 신사로 모두 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 중 금각사로 불리는 녹원사(鹿苑寺) 금각은 무로마치시대인 14세기 말에 세워졌지만, 지금의 건물은 1950년에 방화로 불타고 난 후 1955년에 새로 지었다. 이때 입힌 금박은 너무 얇아서 금방 벗겨졌고, 나중에 일본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좀 더 두꺼운 금박을 이중으로 입힌 것이 현재 모습이다. 일본 금박 전문 회사 중 한 곳은 교토 금각에 붙인 금의 양이 약 20㎏이라고 하면서 최근의 일본 금 시세를 기준으로 할 때 가격은 1억4000만엔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금각사 일반인 입장료는 올 4월1일에 인상되기 전까지 400엔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2019년에 금각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낸 입장료만 대충 계산해 보아도 우리 돈 약 165억원이 넘는 큰 액수다. 금각에 든 금값의 11.8배쯤 되니 외국인 한 달 입장료만으로도 금각에 입힐 금값은 된다는 계산이다. 일본에서 공부하던 90년대 초반 어느 날 금각사를 보러 온 지인과 함께 탔던 택시의 기사는, “금각사가 쇼바이(=장사)를 잘한다”고 했는데, 금 집을 지어서 금값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입장 수입을 얻고 있다는 의미였다.
금각사가 600여년 전의 건축 유산을 활용했다면, 100년 이상 공사가 진행 중인 미완의 건축물이 관광의 일등 공신인 경우도 있다. 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다. 이 성당은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가 당초에 설계와 시공을 했지만, 준공은 고사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주년이 되는 2026년을 3년 앞둔 지금도 미완성이다. 이 성당은 건축과 장식 요소, 조형미, 기능과 형태, 내부와 외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건물이자 건축물이 자리 잡은 지역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금각사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모두 그 나라의 문화재이자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경우는 교토 금각사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009년 한 해 동안 대략 200만~300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몰려드는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할까 봐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건 히말라야 오지 탐험이나 자연 절경 속의 리조트 같은 곳이 아니라면 건축물을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건물이 담고 있는 내용물을 찾기도 하고, 먹어본 적이 없는 이국 음식과 우리와는 다른 외국 문화와 문물을 즐기는 것이 해외 관광의 요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이 관광의 주된 대상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건축물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 기술 수준, 가치관, 생활 모습은 물론 오랜 역사와 경제력까지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 유적처럼 폐허도 찾고, 빌바오 구겐하임이나 일본의 나오시마처럼 최근에 지은 현대식 건축도 관광 상품이 된다. 현역 건축의 경우는 대영박물관처럼 전시유물이 일류가 아니라면 유명 작가의 작품이 곧 일등 관광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울산의 경우도 당장 일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는 건축 유산이 있다. 바로 언양읍성이다. 국내에서는 낙안읍성이 관광객유치에 성공한 성곽인데, 언양읍성의 잠재력은 이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울산에 들어설 공공과 민간 건축물 중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 생긴다면 관광 상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건축물을 활용한 관광 전략, 한번 세워보면 어떨까.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