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 절차가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넘게 중단됐다. 작품 구입 재원이 되는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 잔액이 56억원이나 있지만 올해 집행 계획이 ‘0원’이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지난 2017년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용 유물, 작품구입 때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기금제를 도입했다. 기금제는 매년 예산을 편성해 작품을 수집하는 것 보다 구입 예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월·적립할 수 있어 작품성이나 소장 가치가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은 작품도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 초기부터 국내외 유수의 미술 관계자들이 참여한 작품제안위원회를 두고 양질의 작품을 소장해 왔다. 1~3호 소장품인 백남준 작품을 비롯해 히토 슈타이얼, 송동, 이불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이 울산시립미술관 수장고에 있다.
미술관 소장품의 가치는 해외 작품 대여 요청만 봐도 알 수 있다. 백남준의 시스틴채플은 이미 독일에서 순회 전시를 하고 있고, ‘거북’은 해외 대여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작품 가치 보존을 위해 미술관이 고심 중이다.
최근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지역에서도 전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 3월까지 베트남 국립호찌민경제대학에서 미디어아트 소장품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한다고 해서 울산시립미술관이 미디어아트 작품만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장품전 ‘미래 수집’만 살펴봐도 그렇다. 또 지역 미술사 기록의 관점에서 수집하는 지역 작가의 작품 구입도 당연히 ‘박물관 및 미술관 기금’으로 집행된다. 하지만 올해는 지역 미술사 조사를 위한 예산도 전액 삭감됐고, 기금 집행도 까마득하니 지역작가 작품 수집은 언제나 가능할지 요원하다.
미술관 소장품은 하나하나의 작품이 모여 ‘공공 컬렉션’을 형성하고 미술관의 얼굴이 된다. 울산시는 미술관 소장품 수집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올해는 민선 8기 시정 방향과 알맞은 작품 수집을 위해 탐색하는 기간”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공립미술관이 지자체장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골라 수집하는 ‘사적인 공간’이 되었단 말인가. 미술관 등록 기준인 ‘소장품 100점’을 넘겼으니, 이제 더는 작품 수집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울산시에 되묻고 싶다.
서정혜 문화부 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