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와 공인중개사, 분양대행 컨설팅, 감정평가사 등이 서로 짜고 조직적·지능적으로 임차인을 속이는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지역에서도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깡통주택’ 공포가 세입자(임차인)들의 심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는 조직적인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건축왕’의 전세사기와 결이 다른 유형의 전세공포다.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떨어지는 속칭 ‘깡통주택’ 발생으로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의 ‘역전세 공포’다. 사태가 확산되기 전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울산의 아파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은 72.3%로 전국 평균(67.5%)을 웃돌았다. 중구(69.8%)를 제외한 4개 구·군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대를 넘어섰다. 울주군의 전세가율은 79.8%로 80%에 근접했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의 위험이 커진다. 울산도 깡통전세 위험 경보가 울린 셈이다.
울산에선 이미 깡통주택으로 인한 전세금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울산지역 주택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 금액은 36억6500만원으로 직전 분기(15억4950만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고 건수는 3개월 7건에서 1분기 17건으로 급증했다. 모두 세입자가 전세계약 해지·종료 후 1개월 안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계약 기간 중 경·공매가 이뤄져 배당 후 보증금을 받지못한 보증사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기인 2021년에 계약한 전세의 2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피해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보증금이 집값보다 많은 역전세가 발생하면 불안감을 느낀 세입자들이 재계약 보다는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게 불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전체 보증사고의 절반이 집주인 명의의 1개 건물에 임차인이 7~10가구 이상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에서 발생, 주의가 필요하다.
울산은 3대 주력산업 가운데 자동차를 제외한 정유·석유화학, 조선 수출이 부진에 빠져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침체가 깊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다. 지역 경기가 악화하면 일자리 감소와 인구유출, 주택 거래 감소와 수요위축 등으로 주택시장 붕괴 위험도 커진다. 깡통전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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