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몸짓·손짓, 말(언어)이나 소리와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해 냈다. 문자의 발명은 시공간을 떠나 통신을 가능케 했다. 통신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 전부터 말이나 문자를 이용하면서 시작됐다.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모스부호로 SOS를 보내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기택(송광호 분)은 전등의 점멸을 자신의 아들 기우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장문의 메시지를 모스부호로 보낸다.
모스부호를 창시한 사람은 새뮤얼 모스(Samuel F. B. Morse, 1791-1872)이다. 그는 통신혁명의 시초가 되는 전신기(telegraph)를 발명한 사람이다. 그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가 아니라 예일 칼리지를 졸업했지만 종교철학을 공부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아카데미에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그림에 심취한 화가였다. 1825년 워싱턴DC에서 초상화를 그리던 중 뉴욕주 뉴헤이븐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네 아내가 발작을 일으켰다’는 메시지를 받고 황망해하던 중 다음날 부인이 ‘급사했다’는 전갈을 다시 받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을 땐 이미 아내는 무덤 속에 누워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스는 임종도 못 보고 떠나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먼 거리에 소식을 빨리 전할 방법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832년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오던 중, 대서양 정기 여객선에 때마침 함께 타고 있던 전기공학자로부터 전기 이야기를 듣고 문득 어떤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뉴욕에 돌아오자 곧바로 대학 동료인 베일(Alfred Vail)과 협력해 점과 선의 배열로 문자와 숫자를 표시하고 이것을 송신해서 전자석으로 펜을 움직여 기록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게 바로 모스 부호이다. 1845년 1월에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전신 케이블을 만들어서 최초의 모스 부호 실험을 했고, 이 때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라는 첫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제1세대 전신통신(전기통신)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후 전기의 발명과 더불어 19세기 최대의 발명품인 전화가 미국의 벨(1847~1922)에 의해 발명돼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는 제2세대 전화통신이 시작됐다. 전화가 왔다는 신호를 수신자에게 알리는 음을 ‘벨’이라 부르는 것은 전화의 최초 발명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서 붙인 용어다.
이러한 발명과 더불어 20세기에 들어서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통신 수단이 급속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1920년 동축케이블의 발명을 시작으로 대용량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게 되고 레이저의 발명과 함께 광통신이 실현돼 종합정보통신망(IDNS), 근거리통신망(LAN), 부가가치통신망(VAN), 도시통신망(MAN), 원거리통신망(WAN)이 개발된다. 또한 3차 산업혁명으로 컴퓨터의 기능을 모바일 환경에서도 수행 가능하게 됐다. 그로 인해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미디어 환경 조성과 정보검색, 전자우편 사용 등 쌍방형 통신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벨의 유선전화 발명 이후, 단순히 전화로서의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온라인), 블루투스, 장문 메시지, 영상통화, 영화 관람, 사진편집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게 됐다. 최근에는 양자정보를 이용한 양자광통신이 개발돼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운 차세대 통신혁명이 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22일은 대한민국 정보통신의 날이었다. 고종황제가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날인 1884년 4월22일을 기념한 것이다. 오는 17일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제정한 세계 전기통신의 날(World Telecommunication Day)이다. 이 날은 세계적으로 전기통신 분야의 발전과 기술의 혁신을 기념하는 날로, 전기통신 기술이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AI시대에 미래의 전기, 정보통신이 어떻게 발달할지 예단하기 힘든 사항이나 지금까지의 기술진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