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댐의 물을 지역에 공급하는 정부의 ‘울산권 맑은물 공급대책’이 활로를 찾지 못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울산시가 자체 용수 확보대책에 나서고 있다. 지역 내 소규모댐 건설 등을 통해 자체 수원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에 더 이상 볼모로 잡히지 않고 ‘맑은물부터 먼저 확보하자’는 전략적인 정책 변화로 풀이된다. 울산시의 이같은 결정이 정부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물 공급대책에도 전향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울산시는 하루 최소 8만9000t 이상의 자체 수원 확보를 목표로 내년 5월까지 ‘울산시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소규모 댐 조성, 회야댐 제방의 승고, 해수 담수화 시설 조성 등의 사업계획이 포함됐다.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문 설치로 감소하는 사연댐 용수 감소량(1만9000t)을 확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가운데 소규모 댐 개발사업은 정책 폐기 20여년만에 재검토되는 사업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 초 정몽준 전 국회의원은 맑은물 확보를 위해 자체 조사용역을 토대로 대안·복안·척과댐 등 8개 소규모 댐 건설을 제시했다. 이에 울산시는 사업비 과다(2500억원), 확보 용수량 부족(하루 8만9000t) 등의 사유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2004년 시수도정비기본계획에서도 계획을 폐기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과 갈등의 씨앗이 된 이 소규모 댐 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선 8기 김두겸 울산시장은 “물 문제는 시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다른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맑은 물과 암각화 보존대책을 직접 결부시키는 ‘패자의 싸움’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 ‘정책적 변화’가 바로 소규모 댐 건설 등의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이다. 울산시의 ‘아생연후(我生然後)’식 식수확보 전략이 얼마나 불도저식 추진력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만, 울산의 맑은물 대책은 사업 추진과정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목표 수량 확보에 수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비 지원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 그럼에도 맑은물 확보는 울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아직도 매일 수십만t의 먹는물을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는 울산이다. 울산시민도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이제는 정부가 답할 차례다. 정부도 울산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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