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전국 동시 다발적으로 시작된 장마!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한 달가량 이어지는 장마기간 동안 350~390㎜ 가량의 장맛비가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세차게 장맛비가 쏟아지며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200㎜가 넘는 강수가 누적됐다. 특히 광주는 600㎜ 이상, 경북지역에도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장마철 한철 내려야 할 총량을 훌쩍 넘은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불과 올해 봄까지만 해도 2년 넘게 지속된 가뭄으로 기우제를 지낼 판이었는데, 이제는 구멍난 하늘에 쏟아지는 비를 막을 방법이 없어 기청제를 지내야 할 형국이다.
과거 폭넓은 지역으로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던 장맛비와 달리 요즘은 한반도 주변에 극한 공기들의 대립이 강해지면서 좁고 강하게 형성된 구름띠가 정체전선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3시간 누적강수량 90㎜를 기록하는 극한 호우로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강수는 비단 장마철이 지난 이후인 8월까지도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극한 공기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20년간 과거에 비해 장마 이후 나타나는 집중호우 패턴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2009년부터 개정된 기상청의 ‘장마예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사람들은 2009년부터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장마는 ‘여름철 장기간 내리는 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기상학적 의미의 장마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인식 차이로 인해 기상청이 발표하는 장마예보에 혼선이 야기되고,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
또한 과거 2000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강수 형태는 장마철(보통 6월 중후반부터 7월 하순)이 끝나고 8월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제는 장마가 실질적으로 여름철 강수를 대표하기 어렵고, 장마의 시종 예보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장마예보가 필요한 것이다. 장마예보가 달라진다는 것이지, 장마예보를 안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기예보를 통해 일반 강수예보를 하는 방식으로 예보생산은 이뤄지되 기상학적인 장마 해석에 따라 앞으로 내릴 비가 장마전선에 의한 비인지, 아닌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삼한사온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여름철 비의 계절을 가져다주는 장마도 서서히 퇴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근 10년 동안의 경향을 봐도 전통적인 장마의 형태인 공기의 대립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기단 대립으로 형성된 극한 강수와 집중호우가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한국의 기후 역시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여름 한철 내린 장마가 오랜기간 지속되는 ‘한국형 우기’로 새롭게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기상청과 학계, 기상전문가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