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시민 여러분, 이것은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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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시민 여러분, 이것은 전쟁입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08.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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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2006년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가 세계 각국을 순회하면서 실시했던 강연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서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현상, 영향에 대해 쉽고 깊이 있게 설명하고 대응행동을 기가 막히게 설득했는데, 앨 고어는 이 영화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 당시에 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설비 이용 확산에 관한 업무에 이어 기후변화대응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 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텍스트 없이 사진과 그림으로만 구성된 ‘우리가 행동해야 할 이유’라는 타이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광주·전남지역에서 1000여 회에 달하는 강연을 했다. 그 때 조사한 각종 자료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 해빙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플로리다. 상하이, 방글라데시, 뉴욕 등 저지대에 자리 잡은 도시들이 침수될 것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당시에 해외토픽으로 올라온 ‘히말라야 고산의 빙하가 녹은 물에서 수영하는 환경 운동가의 사진’을 소개했다. 하지만 솔직히 설마 이런 일까지 있을까 반신반의 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와중에도 미국의 석유재벌을 배경으로 하는 일부 과학자 집단에서는 ‘온난화는 지구 역사에서 늘 반복되던 패턴일 뿐 인류의 활동 결과에 직접 연결해 설명하는 것은 음모론일 뿐’이라 주장했고, 나도 때로는 그 말이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우려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되었고 음모론을 주장하던 이들은 이제 내 주변에서 흔적조차도 찾기 어렵게 됐다.

인도차이나반도를 관통해 흐르는 메콩강의 최상류에는 중국의 칭짱고원이 있다. 이 고산지대에서 녹은 얼음물은 남쪽으로 흘러가면서 메콩강 유역 국가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이 내륙지역의 심각한 물 부족을 해결하고 전력을 증산하려는 목적으로 이 물줄기의 상류에 댐을 구축하자 각종 문제가 크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물이 끊기고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자 식수는 커녕 농업용수, 심지어 공업용수조차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가 함께 기후변화문제 해결 노력을 결의한 지 올해로 30년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부터 2022년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총회까지 지속된 노력에도 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각 나라들은 공동의 목표 달성보다는 자국 경제의 발전을 우선했고, 그 30년 동안에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60ppm이나 더 높아졌다.

국제적 현실이 그렇다 해서 우리가 ‘매년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선진 유럽 국가들과 같이 총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거나, ‘저탄소 또는 무탄소 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도 없다.

시민들에게 묻고 싶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화학공업 위주로 성장한 한국이 새롭게 선택한 산업 역시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라는 사실도 아는지, 다양한 고효율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LED등의 전력 사용량이 백열등 대비 수십 퍼센트 적어졌음에도 총에너지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은 아는지, 우리가 일상의 편리함을 누리고 경제성장의 열매를 즐기면서 에너지 사용량은 따라서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지, 아직도 우리나라 전력의 상당 부분이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아는지, 지구온난화를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늦추려면 우리의 편리함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지.

이것은 전쟁이다. 멋진 승용차 안에서, 블랙핑크의 노래를 감상하면서, 내비게이션 따라가는 관광여행이 아니다. 덜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짐을 버려야 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잘 가던 길을 떠나 새로운 길로 가야 하는 전쟁이다. 피할 방법도 없고 피할 곳도 없다.

지금은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전투적으로 해야 할 때다.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 흘리기 전에.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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