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욕망은 무엇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누군가는 개인의 결핍에서 시작된 감정의 문제요 신체의 문제라고 했고, 누군가는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했다.
‘욕망’과 비슷한 의미의 ‘욕구’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것, 매슬로우는 그래서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5단계로 나누었는데,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안전의 욕구(safety), 애정·소속 욕구(love·belonging), 존중의 욕구(esteem),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가 그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바탕이 되면, 사람은 더 좋은 것, 더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는데, 그것이 욕망이라는 말로 표현되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욕망이라는 말 앞에는 ‘탐욕스런’이라는 말이 자주 불려나온다.
1783년 영국 국적 노예선의 승무원들은 병들고 지친 이들을 골라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시켜버렸다. 물욕만이 중요했던 선장은 노예를 죽임으로써 보험금을 수령하려 했다. 그들에게 노예들은 그저 분실된 짐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실화를 소재로 해 그려진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 영화의 한 장면이다. 붉은 빛과 노란 빛이 주는 강렬함과 잿빛 바다의 격랑을 통해 감독은 물질만능 시대의 탐욕스런 욕망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려했던 것일까?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지금 지구, 특히 바다는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는 지구상 산소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이고, 인류의 식량을 담당하고, 탄소의 4분의 1를 흡수하는 곳인데 인류는 그동안 많은 물질을 바다에 버려왔다. 바다라는 큰 수조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당연히 희석된다는 무지와 맹목적인 믿음은 185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장들이 템즈강을 통해 공장 폐수와 생활 폐수를 북해에 부어왔고, 유럽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쓰레기와 핵폐기물을 바다에 투척, 현재 83억t(지구상 인류와 동물의 총무게의 2배 가량의 무게)의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녹고 있다. 태평양에만 대한민국의 7배 크기의 쓰레기섬이 탄생, 알프스 정상에서도 바다에서 증발한 수분으로 인한 눈과 비에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비단 알프스 정상에서만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을까? 우리도 1주일에 신용카드 한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먹어서 몸에 축척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바다에 버려진 모든 것은 바다에 수장되는 것이 아니고, 식탁을 통해서, 해류를 통해서, 증발과 태풍을 통해서 육지에 그리고 우리들 몸속으로 다시 돌아와 여러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
바다의 몸살은 기후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금 온 세계는 최악의 여름을 나고 있으며, 중동은 체감온도 66.7℃로 생존한계선을 넘어 임시 공휴일을 선포하고 우리나라 또한 이상기후로 경험하지 못한 여름을 겪고 있다.
헌데 2100년 쯤 바다에 잠겨 사라질 수도 있는 나라도 있으니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을 얘기 할 때 빠지지 않는, 9개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 투발루다. 이미 2개의 섬이 사라진 무서운 변화는 앞으로 많은 나라들이 정말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확인시켜주며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순 없는 일. 현재 많은 나라들이 날씨변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대안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 코스타리카는 2014년부터 30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한 세계 최초의 나라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녹색경제 개발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산림 보호와 재생 가능한 농업을 촉진하고 생태계 보전을 강화하는 등의 친환경 정책을 실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다른 나라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재산이기도 하고, 유산이기도 한 자연환경, 지금은 기후위기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친환경 정책에 관심을 넘어 앞장서야 할 때이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