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2021년),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2022년) 등 대형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하도급’ 행위가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하도급은 공공 발주보다 민간 발주 현장에서, 또 국가기관보다는 지자체 발주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원청업체는 무자격자·무등록자에 불법 하도급을, 하청업체가 무등록업자에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불법 하도급은 건설시장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국민 생명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독버섯 같은 행위다. 울산시와 시군은 불법 하도급 척결에 행정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토부가 최근 3개월 동안 불법 하도급이 의심되는 건설 현장 508곳을 불시에 방문 조사해 보니 179개 현장에서 249개 업체의 불법 하도급 행위 333건이 적발됐다. 의심 건설 현장 10곳 중 3.5곳에서 불법 하도급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적발된 건설업체는 63%가 원청이고, 나머지는 하청업체였다. 자본력을 갖춘 소위 힘있는 원청업체뿐만 아니라 힘 없는 하청업체도 불법 하도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울산지역도 불법 하도급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울산과 부산 경남지역 128개 건설 현장 중 36곳에서 44개 업체가 적발돼 불법 하도급 적발률이 28%에 달했다. 지역에서도 불법 하도급에 대한 현행 처벌 수위보다 공사비 절감을 통한 기대이익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불법 하도급이 여전히 관행화되고 있다. 원도급자는 ‘수익성 제고’를 명목으로 불법을 오랜 관행처럼 일삼고 있고, 하청업체는 또 수익을 남기기 위해 무등록업자에게 일감을 맡겨 건설 공사장의 부실화에 가담하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 불법 하도급을 통해 적정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애초 설계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하거나, 인건비가 낮은 비숙련공을 현장에 투입한다면 건설 현장이 부실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피라미드식 불법 하도급’ 행위는 ‘부실시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불법 하도급이라는 적폐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불법 하도급에 대해 발주자와 원도급사(원청)에도 책임을 묻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과연 건설 현장의 해묵은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앞선다. 지자체도 더 이상 방관자적 자세에서 벗어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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