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이론이지만 실제로 적용사례는 다양해서 ‘노숙1번지’로 통하던 구 서울역사 인근 200m 구간에서 노숙자들이 사라졌는데 이유를 살펴보니 2010년 10월, 노숙인들이 많던 서울역 부근에 국화꽃 화분 400개로 꽃거리를 조성한 후부터 깨끗한 거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술판, 패싸움 자취도 감추기 시작했다는 사례가 있다.
남구의 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벽보게시판을 보면서 떠올린 ‘깨진 유리창 이론’이 최근에 보도되어 사회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들을 연상시키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2023년 7월 기준 남구의 지정벽보판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14개동 130곳에 설치돼 있다. 근처 벽보게시판부터 살펴보니 크게 3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설치 위치다. 게시판 용도에 맞게 유동인구가 많고 시인성과 가독성이 좋은 곳에 설치돼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시판들이 있었다.
둘째, 관리 상태로서 주민들 자율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게시대가 지저분하고 장기간 방치된 게시물들이 많아 게시판 본연의 기능을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셋째, 게시물의 성격으로서 대부분의 게시물이 부동산 매매, 전세 등 광고 전단지가 주류를 이루고 그 양식이나 크기가 제각각이라 난잡해 보였으며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의 공익적인 게시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에 따라 현수막, 게시판, 전단지 등 아날로그 홍보수단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추세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만큼 무질서하고 관리사각영역으로 전락해서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아파트 단지는 자체 운영게시판이 있어 행정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데 반해, 주택가는 상대적으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 않으면, 행정소식을 접하는데 제한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인천 중구에서는 야간에도 광고가 가능한 시민게시판 신규 도입사업을 진행 중(23. 3.~)인데 소재를 스테인리스로 해 심미성을 높이고 유지관리가 용이하게 하며 야간에는 내부 조명이 켜져 방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며, 태양광을 활용함으로써 탄소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접수되는 민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민원통합게시판’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기 시작했는데(2022년 12월) 민원관리팀과 전산운영팀 직원들의 협업과 적극적인 업무추진으로 자체개발을 통해 6000만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이루어 적극행정의 좋은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벽보게시판에 적용하여 주민들이 게시판을 통해 민원을 손쉽게 접수, 처리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 접근성 향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의 품격은 미관에서 표출된다.
벽보게시판은 그 순연의 기능과 함께 주민들의 삶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설치물이다.
앞서 언급한 지자체 사례와 같이 낡고 방치되어 있던 사소한 것들이 주민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활로로 세심한 행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혜인 울산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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