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나무재선충병이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이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감염목이 2021년 30만7919그루에서 올해 106만5967그루로 3.5배나 급증했다. 지난 2017년 99만2363그루에서 2021년 30만7919그루로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1년 만에 106만 그루 이상이 감염된 것이다.
울산은 2020년 10만8000그루, 2021년 7만9000그루, 2022년 9만1000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올 봄 울산시는 지난 2021년 250㏊ 보다 큰 면적인 300㏊에 나무주사를 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체 나무에 약제를 주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 내년 산림청 내 방제예산이 200억원가량 삭감돼 울산도 방제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선충은 0.6~1㎜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강력한 번식력을 갖고 있다. 북방수염하늘소,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소나무에 침투해 줄기부터 가지, 뿌리까지 파고들면서 수분 이동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한번 걸리면 반드시 죽는다고 해 ‘소나무 흑사병’으로 불린다. 한번 감염되면 1년 안에 말라 죽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재선충병의 확산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올 봄 기온이 오르면서 매개충이 지난 2020년보다 10일 가까이 빨리 깨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에 따라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면서 감염지역도 지금보다 1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 방제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감염목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제거해 피해를 줄이는 일이다. 또 감염목은 반드시 벌채 후 소각·파쇄·훈증 등을 실시해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감염목을 제 때 치우지 않으면 산불의 원인이 되고, 그럼으로써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서식밀도를 급속도로 증가시키게 된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의 23%를 차지한다. 재선충병이 확산해 소나무가 고사하는 만큼 산림은 황폐화하고 따라서 임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방제체계를 사후 방제에서 사전 방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확보와 다양한 대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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