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울산 유니스트의 현황에 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설립 10여년만에 세계대학 평가에서도 상위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교수들을 10여명 배출하고 있고, 인공지능·반도체·탄소중립·바이오메디컬 등 핫한 분야의 대학원, 연구센터 등을 확충해 가고 있었다. 대학 경영자의 능력이 돋보였다. 대학 평가 순위에 신경쓰고 있고, 사립대인 울산대학교와 학점 등을 공유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국회 전문의원으로 있을 때 교육위에서 올라온 ‘유니스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법사위 심사 검토보고를 한 일이 있었기에 지방 소재 대학(원)임에도 최상위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니 남다른 느낌을 받았다.
우리 교육의 정점에 대학 교육이 있다. 교육의 내용보다 대학 입시가 중요시된다. 대입은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지위와 미래 삶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예전과 다르게 전체 고교 졸업생 중에 80% 가까이 대학을 진학하니 ‘어떤 대학을 졸업하였고 무슨 전공을 하였는지’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대입에 올인하니 중등학교의 전인교육은 말로만 있는 것 같다.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교과 과정이 아닌 내용의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킬러 문항의 해결 능력을 배우고자 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에 좀 더 도움될 것이다. 필자가 대입을 치른 1970년대 후반 예비고사와 본고사 점수를 합해 합격을 결정하던 시기에도 본고사 비중이 커서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은 중요시되었다. 하지만 소위 명문이라고 하는 고교에 학원 강사보다 실력있는 선생님들이 있어 입시학원 등의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우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학원 일타강사가 있으니 공교육이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국가 정책상 최우선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미래 주인공인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따라 공동체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통일보다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가정에서 자식 교육이 가장 중요한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입 요강의 이해, 수시 모집에 있어 자기소개서나 스펙쌓기 등은 쉽지 않으므로 부모들이 관심갖지 않을 수 없다. 정시 커트라인 등을 사설학원에서 제시하지만 이를 제대로 해독해 대학을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자녀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에 있어서는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식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입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 종합 전형 개선, 정시 모집확대, 사회적 배려대상자나 지방출신자들에게 기회 제공 등이 추진되고 있다. 선택과목을 없애고 수능 능급을 줄이는 2028년도 대입 방안도 최근 발표되었다. 하지만 대입 정상화는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화가 타파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어떤 학과든 서울대를 정점으로 수도권 대학부터 지방 대학 순으로 일렬인 획일적 서열화가 되어 있다. 이과생은 서울 의대부터 제주 의대까지 채운 후 타 학과에 지원한다고 한다. 도를 한참 넘었다. 대학의 서열이 있더라도 특성화 형태의 서열화라야 한다. 각 대학이 나름대로 최고의 학과를 한두개라도 나누어 가지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소재 소위 명문대학들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해 교육, 산업, 문화 등 완결형 교육도시를 몇 개 만드는 방안이야말로 진정한 백년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의 서열화 타파는 물론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방분권화를 촉진하는 획기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 소멸의 우려도 없어진다. 우선 지방대학과 서울의 대학을 통폐합하거나 서울과 지방대학간의 학점 공유제나 공동 학위제 등을 추진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유니스트의 사례와 같이 지방 대학이 자체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