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게 무슨 범죄라고 그러는 거예요.”
40대 남성은 시내 감성주점에서 잠시 봤던 여성에서 호감을 가지고 여성의 주거지 원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불안감을 느낀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마주쳤다.
남성은 2주일 전 여성의 집 앞에 꽃바구니를 보낸 적도 있었지만, 여성은 내키지 않아 남성에게 ‘다시 가져갈 것’을 요구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의 관한 법률. 줄여서 ‘스토킹처벌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은 스토킹 대상자들이 계속 강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현실에서 그간 ‘경범죄처벌법’ 등으로 처벌되던 ‘스토킹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 규정과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정한 특별법이다.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등의 행위’ 등(이하 ‘스토킹 행위’)을 강력하게 처벌한다.
법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구체적으로 일곱 항목을 정하고, 이러한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스토킹범죄’라고 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들이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쉽지 않다”라는 피해자 단체 등의 주장을 입법과정에서 받아들여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 ‘지속적 괴롭힘’ 조항인 기존의 처벌 규정이 피해자 등의 명시적인 의사를 요구하는 데 비해 피해자의 묵시적이거나 추정적으로 의사에 반하는 행위까지 처벌하고 단순 스토킹범죄를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하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가벌성을 넓혔다.
또한 행위의 재발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잠정조치(스토킹처벌법 제8조 제1항)로 법원에 의한 강력한 범죄자 통제를 가능하게 했고, 현장에서 긴급성까지 인정되는 경우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사법경찰관이 직접 범죄자에 대해 ‘피해자의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다.(스토킹처벌법 제4조 제1항)
앞서 말씀드린 사례에서 남성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꽃바구니’를 보낸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라’의 ‘상대방에게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에 물건을 두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고, 또한 이번에 남성이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아간 것은 스토킹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이므로 명백한 ‘스토킹 범죄’다. 대상 남성은 ‘스토킹 범죄자’다.
전국 각지에서 흉기를 이용한 흉흉한 범죄들이 발생하는 요즘이다.
경찰청은 이러한 범죄를 ‘이상동기범죄’로 규정짓고 적극적인 현장 대응과 가시적인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가 위험한 것은 ‘안인득 사건’ 등 강력 사건의 발단에는 사소하게 바라봤던 스토킹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다. 안인득은 범행 전 당시 이웃에 사는 한 여고생을 따라다니거나 초인종 등을 누르는 등의 행위를 한 바 있음에도, 당시 공권력은 제대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300:29:1, 하인리히 법칙은 어떠한 큰 비극의 전초에는 여러 건의 사소한 사건 등의 발산이 있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즉, 300건의 사소한 사건은 29건의 치명적이지 않은 사고의 발생을 예고하는 것이고, 29건의 사고는 1건의 치명적인 비극의 경고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는 사소한 스토킹 행위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강력 사건의 예고편일 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현장 경찰관은 오늘도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박소윤 울산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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