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전략기술의 ‘전유성’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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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가전략기술의 ‘전유성’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3.11.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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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 속담에서 보듯 세상에 비밀이 없다. 그런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비밀’ 이야기를 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고, 곧 호사가들이 널리 퍼뜨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기업과 국가의 비밀 또한 같은 이치로 중요하게 관리하고 다뤄지고 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와 같은 국가전략산업에서의 산업 기밀을 빼돌리려는 시도를 하다가 관계 당국에 적발되는 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전 임원이 중국 반도체 공장과 복제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 했던 사건과 디스플레이 협력업체가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수년간 중국업체에 팔아 넘긴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기술’ ‘영업비밀’ ‘노하우(know-how)’가 경쟁 기업에 혹은 경쟁 국가에 넘어간다면, 마치 ‘무임승차’와 같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선도 산업의 기술을 후발 주자에게는 추격과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거친 상품과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이윤을 전유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들의 혁신성과로서 수익과 결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어야 차기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한 ‘자본’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특성을 전유성 (Appropriability)이라고 한다. 국가전략기술과 해당 기업들에게 혁신의 과정과 결과로 확보된 기술과 지식의 ‘형식지와 암묵지’를 보호하고, 혁신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 ‘전유성’은 필수조건이다.

기업과 국가기관에서는 전유성을 지키기 위해서 흔히 특허, 디자인, 상표권과 같은 공식적 메커니즘 (Formal Appropriation Mechanism)을 활용하거나, 비밀, 영업비밀, 기술비밀, 리드타임과 같은 비공식 전유성 메커니즘(informal appropriation mechanism)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앞선 사례와 같이 전문 기술 인력들에 의한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그 관련된 기술뿐 아니라, 교육하고 전수하기 어려운 ‘암묵지’까지도 쉽게 경쟁 기업과 국가에 넘어갈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암묵지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약, 노동계약, 고용법, 인적자원관리도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기술패권과 지정학적인 분쟁으로 국제정세가 경영과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2021, 2022년 국가전략 12대 기술을 정의하고 육성과 보호를 하기 위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기업과 산업의 관점에서 실효성 있고 의미있는 정책들의 필요와 더불어 ‘전유성’ 관점의 점검과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특히, 암묵지와 형식지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넘길 수 없도록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문제점 도출과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 ‘애국심’이나 ‘자긍심’에 호소하는 것과 국가 안보라는 명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강력 범죄의 프로파일러와 같이 왜 기업과 국가의 기밀을 넘기려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지, ‘합법을 가장한 수법’과 ‘법의 허점’을 어떻게 이용하였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경쟁력과 동력을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밑빠진 독’이 되지 않도록, 보완하고 대비를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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