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9)]술잔에 꽃잎 한장 떨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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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9)]술잔에 꽃잎 한장 떨어지니
  • 경상일보
  • 승인 2024.04.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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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상춘객들을 애타게 하던 벚꽃이 드디어 피기 시작했다. 한번 터트리니 온 세상이 별천지다. 벚꽃 뿐만 아니라 온갖 기화요초가 너도나도 봉오리를 터트리며 봄을 영접한다.

…기화요초 난만중(琪花瑤草爛漫中)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경기 십이잡가 ‘유산가(遊山歌)’는 요즘의 봄 풍경을 잘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풀들이 만발해 흐드러진 가운데, 꽃 속에 잠든 나비가 사뿐하게 날아오른다. 버드나무 위에 나는 꾀꼬리는 마치 금조각 같고, 꽃 사이에서 춤추는 나비들은 어지러이 날리는 눈송이 같구나….”

오는 4일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이고, 5일은 찬밥만 먹는다는 한식(寒食)이다. 청명과 한식은 하루 사이여서 예로부터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일반’라는 속담이 생겨났다. 며칠 안 있으면 만개한 벚꽃도 꽃비가 되어 흩날리렸다. 동국세시기 청명조(條)에 따르면 대궐에서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에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그리고 360개 고을의 수령에게 나눠줬다. 이를 ‘사화(賜火)’, 즉 임금이 주는 불이라고 했다. 수령들은 한식 날 이 불을 다시 백성들에게 나눠줬는데, 백성들은 묵은불을 끄고 새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그대로 먹었다고 한다.

▲ 궁거랑 벚꽃
▲ 궁거랑 벚꽃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淸明時節雨紛紛)/ 길 가는 나그네 애간장 끊어진다(路上行人欲斷魂)/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 보았더니(借問酒家何處有)/ 목동이 손 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

‘청명’ 전문(두보)

청명 즈음에는 벚꽃이 지고 어느 사이엔가 살구꽃이 피어난다. 두보의 시 마지막 구절 ‘牧童遙指杏花村’은 ‘목동이 손 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라는 뜻이다. 시의 마지막 단어 ‘杏花村’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살구꽃 피는 마을’이 맞지만 실은 주막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두보의 시가 널리 퍼진 뒤 우리나라 막걸리집 기둥에는 두보의 시구절이 가는 곳마다 나붙었다고 한다.

총선이 한창이다. 그러나 십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했다(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당선만 되면 그 즉시 돌아서서 백성을 우습게 보는 선량들은 이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화무십일홍!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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