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65]]8부. 사막(10) - 글 : 김태환
상태바
[연재소설/붉은 도끼[65]]8부. 사막(10)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08.16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그는 지금 사막 어느 곳을 헤매고 있는 것인가? 처음 그가 떠나고 나서 한 달 후에 실종신고를 했다.

호주 경찰은 자국민도 아닌 동양인 남자 한 명을 찾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했다. 헬기는 근 한 달 동안 사막 위를 날아다녔다. 헬기가 뜨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수색대에게 딱 한 번만 헬기를 태워달라고 매달렸다. 어렵게 승낙을 받고 헬기에 올랐을 때 금방이라도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헬기가 출발할 때 품었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돌아올 때 내가 사막으로부터 가져온 것은 절망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막은 죽음의 신이 생명 있는 것들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포획그물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는 촘촘한 그물이었다.

그 날 이후로 헬기도 더 이상 뜨지 않았다. 나에게 수색의 한계를 보여주고 나니 더 이상 희망이라는 말로 지치게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국 영사관에 청원을 계속 넣었지만 해결의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기다림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서서히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면 내가 사막으로 마중을 나가야지 하는 것이다. 과연 내가 사막으로 가서 그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사막을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일 것이다.

자꾸 꿈속에서도 사막이 나타났다. 그가 사막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러나 온전한 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백골이 된 그의 머리뼈가 사막 한가운데 모래 위에 있었다. 바람이 불자 뻥 뚫린 눈 안에서 모래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드디어 그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옆에 편안하게 눕고 싶었다.

사실 사막으로 가야지 하면서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집 안에서 한 발만 내려서면 바로 모래가 서걱대는 사막이다. 그가 사막으로 떠날 때 준비했던 물건들을 기억해내고는 똑같이 구했다. 그가 사막으로 갈 준비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물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사막여행을 해보아서 하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 얻은 정보에 불과했다. 빗물을 받기위해 비닐을 배낭에 챙겨 넣었고 마른 하천바닥을 파서 물을 얻으려면 삽이 필수연장이라고 했다.

삽을 사고 나니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벌의 옷 한 벌과 신발을 샀다.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있으니 무작정 많이 가져갈 수도 없었다. 식료품과 마실 물이 많은 무게를 차지했다. 옷이나 신발은 없어도 견딜 수 있겠지만 음식과 물이 없으면 곤란할 것 같았다. 헬기에서 내려다본 사막을 생각하면 먹을거리를 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다. 되도록이면 떠날 때 식량을 많이 챙겨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준비를 끝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