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자연재해로 바다 황폐화 못살겠다”
상태바
“연이은 자연재해로 바다 황폐화 못살겠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4.08.22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단언컨대 바다 환경이 변했습니다. 바다가 황폐화돼서 어업인부터 해녀까지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해파리 대거 출현부터 냉수대, 고수온까지 올해 울산 해역에 각종 자연재해가 다발적으로 일어나며 급격한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이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국립수산과학원과 울주군 등에 따르면 울산 앞바다 곳곳에는 지난 6월 말부터 냉수대가 형성돼 8월 초까지 한 달 이상 이어졌다.

냉수대가 끝나기 무섭게 지난 8일부터는 울주군 서생 일원에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지더니 12일부터 울산 전 해역이 고수온대에 들어섰다. 강독성의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전국 연안에 지속적으로 출현하다가 지난달 울산 해역에 특보가 발령됐다.

연이은 자연재해는 급격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며 울산 어업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울산에서 50년간 해녀 생활을 한 이순득 나잠어업협의회장은 “예전에는 천초(우뭇가사리), 도박·진도바리(해초류)를 말려 팔았는데, 해마다 수확량이 줄더니 올해는 아예 없다”며 “고둥, 소라도 예전에는 바구니 가득 잡아 올리고, 낙지도 들어가면 10마리씩 잡아 올렸는데 지금 바다에 해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이어 “50평생을 바다로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가게에 팔 것은커녕 우리 먹을 것도 없어 해녀들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며 “지난 6~8월 초에는 냉수대로 바닷물에 들어가면 머리는 냉동실에 넣은 것 같고 몸이 얼어버려서 도저히 들어가지 못했는데, 끝나자마자 고수온으로 해초는 다 퍼지고, 말도 못 한다”고 호소했다.

어업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울주군 어업인협의회는 올해 급격한 자연재해로 잡혀야 할 어종이 잡히지 않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곤 울주군 어업인협의회장은 “간절곶은 한류와 난류 교차지점으로 난류가 들어오면 한류도 들어와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한류가 유입이 되질 않아 수온이 떨어지질 않는다”며 “교차 지점에서 잡히는 어종인 멸치, 쥐치가 올해 자취를 감췄고, 문어·낙지 통발도 허탕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언컨대 울산 바다 환경이 변했다. 기존 어종이나 갑각류가 서식할 환경이 안 된다”며 “고기나 뭐라도 잡혀야 팔아서 생활을 하는데 아예 잡히지도 않고, 대책도 없다. 바다 환경이 다시 예전처럼 바뀌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 해역에서 고수온, 해파리, 적조, 산소부족 물덩어리, 냉수대, 저염분수 등 6개 자연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전국적으로 어업인들의 생존권 위협과 함께 어획량 감소로 인한 수산물 수급 불안,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여름철 자연재해가 올해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잇따라 나타난 자연재해 사이에 기후 변화 영향을 매개로 하는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