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상인 “오염수보다 불경기가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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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상인 “오염수보다 불경기가 더 무서워”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8.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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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이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염수가 아니라 경기가 문제입니다.”

지난해 8월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지 1년이 돌아오고 있다. 당초 각계각층이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울산 시민들은 대체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반면 상인들은 이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니라, 불경기가 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지난 21일과 22일 울산의 회센터와 직판매장 등을 둘러보니 평일을 감안해도 손님보다 상인이 많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각 매대 앞에는 원산지 표기가 충실히 돼 있고, 일본산 참돔 등을 판매할 때 원산지를 고지하는 등 상인들 스스로가 원산지 문제를 조심히 여기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점심께 횟거리를 사러 온 임모(51·동구)씨는 “없어서 못 먹지, 일본 오염수가 걱정돼서 못 먹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처음 방류하던 지난해 이맘쯤이나 오염수를 걱정하는 손님들이 많았지, 이제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일본산 참돔이 기름지고 색깔이 고와 오염수 방류 전이나 지금이나 찾는 사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경기가 심각하게 무너진 게 더 걱정일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 평일에는 마수걸이하는 곳이 드물 정도”라며 “바다 수온이 계속해서 높아져 생산량이 줄고, 도매·소매 가격이 동반 상승해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수산물 거래량을 보면 이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전인 2022년 8월부터 203년 7월까지 수산물 거래량은 6224t에 280억8000만원인 반면,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는 6372t에 262억1500만원이 거래되는 등 거래량은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감소했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수산물 매출 동향’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은 지난 1월을 제외하고 매달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정부뿐만 아니라 시와 구·군은 일본 오염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수시로 음식점과 회센터를 불시에 방문해 원산지를 확인하고, 최소 한 달에 1~2회씩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로 한정하면 지난 1년간 울산 지역 957곳의 회센터·음식점들을 점검한 결과 원산지 거짓 표시 4건, 미표시 11건이 적발됐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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