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한부모가정 태오네, 엄마홀로 육아·근로·학업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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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한부모가정 태오네, 엄마홀로 육아·근로·학업 병행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9.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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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태오의 방, 창문을 가린 책장에 물건들이 가득하다.
▲ 엄마와 태오의 방, 창문을 가린 책장에 물건들이 가득하다.

태오(가명·8세)는 엄마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태오 아빠와 엄마는 지난 2018년 초께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당시 아빠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기로 했지만, 이혼 후 양육비를 받은 적은 없다. 태오 엄마는 홀로 태오를 양육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울산의 한 스포츠협회에서 주 3일 기간제로 근로하고 있다.

태오네는 엄마가 버는 80만원 정도의 소득과 주거급여, 한부모가족 수당, 아동수당을 포함한 정부 보조금 40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수입이 적다 보니 생계는 늘 빠듯하지만, 태오와 함께 매주 봉사활동은 빠지지 않는다. 올해 태오의 봉사 시간은 100시간이 넘는다.

태오 엄마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적은 소득 때문에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태오 엄마는 태오가 커감에 따라 들어가는 돈은 더욱 늘어날 테고 미래를 생각하니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학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경북 소재의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2학년 과정을 진행 중이다.

근로와 학업을 병행하는 결정도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혼자서도 태오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버텨내고 있다.

엄마가 학교를 가는 날, 일주일에 한 번은 친정 부모님께 태오를 맡긴다. 태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기초생활수급 보호를 받고 있어 경제적 지원은 어렵지만 태오를 잘 챙겨주시고, 태오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태오는 또래에 비해 작고 마른 편인데 활동량이 매우 많다. 축구,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좋아하고 학교를 마치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한다. 곤충을 좋아해 집에서 사슴벌레를 키우고 있는데, 엄마랑 자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 방이 갖고 싶다는 얘기가 부쩍 늘었다.

지금의 주거지는 은행 대출 2000만원을 포함한 보증금 2500만원 전셋집이다. 집은 방 1개, 화장실 겸 욕실 1개, 거실 겸 주방 1개로 구성돼 있다. 태오와 엄마 두 명이 생활하기에도 주거 공간이 매우 좁아 정리가 쉽지 않고, 방이 한 개뿐이라 태오만을 위한 공간은 마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출 상환 기일이 다가와 대출금 2000만원을 상환하고 나면 남는 건 500만원이 전부인 상황이다.

태오 엄마는 상환 기일이 도래하기 전에 LH 전세 임대 사업을 신청했고, 선정돼 적당한 아파트를 알아봤다. 다행히 새롭게 알아본 주거지는 보증금 9000만원 전세로 본인부담금(전체 보증금의 5%) 450만원은 현재 주거지 보증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집을 비워줘야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와 이사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새로운 주거지에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꼭 필요한 가구만이라도 마련하자니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새롭게 자기 방을 갖게 돼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태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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