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며,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 인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의 걱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육 과정을 6년제에서 5년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교육 기간 단축이 의료 인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한의사를 한지의사(限地醫師)나 지역의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대안일 수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후 의학전문대학원에서 4년간 의학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의사를 양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의료 인력으로 유입되는 인재들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질 수 있게 하며, 기초 학문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운영되었으나, 여러 이유로 다시 의과대학 중심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을 필수의료에 적극 투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의사 또한 의료인이기 때문에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한의사들을 한지의사나 지역의사 형태로 활용해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데 동원한다면, 의료 서비스의 공백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이미 인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진단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하면 된다.
2012년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75%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45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의사면허 시험 자격을 주자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합리적으로 빠르게 필요한 의료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의대 5년제 전환은 의사 양성을 단순히 가속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의료 인력 문제는 교육 기간 단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다. 오히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해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의사로 진출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마련하고, 한의사들을 필수의료에 투입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의료개혁을 제대로 완수했으면 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