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인공지능)와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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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AI(인공지능)와 노벨상
  • 경상일보
  • 승인 2024.10.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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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문학의 팬으로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기쁘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고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올해 노벨상의 화두는 단연 AI(인공지능)이다.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을 AI 전문가들이 거머쥐는 등 올해 과학 분야 수상을 AI가 모조리 휩쓰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노벨위원회는 2024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로제타폴드’를 개발하는 등 과학계에 기여하였고, 허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것에 많은 기여를 했다. 노벨위원회는 “데이비드 베이커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구축하는 거의 불가능한 위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단백질은 생명의 기반인 모든 생화학 반응을 주도한다면서 이 같은 발견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8일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지능(AI) 기계학습(머신러닝)의 토대를 만든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주어졌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물리학에 기반한 것은 물론, 기계학습이 최근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기계학습의 토대인 인공신경망이란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 등의 연결 구조를 기계적으로 구현한 모델을 말한다. 컴퓨터는 생각할 수 없지만, 현재의 AI가 인간과 유사한 기억과 학습 기능을 모방하게 된 건 이 인공신경망을 통한 기계학습의 발전 덕분이다. 엘렌 문스 노벨물리학위원회 의장은 “수상자들의 발견을 통해 발전한 기계학습은 입자물리학과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연구의 비약적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얼굴 인식과 같은 일상적인 요소는 물론, 정확한 의학 진단 등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순수과학이 아닌 응용과학, 특히 AI 분야에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이 돌아가면서 AI가 과학의 독자적인 주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리학을 활용했다지만, AI 연구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하는 결정은 학계도 예상치 못했다. 또한 노벨위원회는 이날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인류가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계학습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지만, AI의 빠른 발전이 우리 미래에 가져올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발표와 함께 해당 기술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이처럼 적극적으로 경고를 내놓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AI 기술 발전은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기업 운영, 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아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더라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에 따르는 다양한 분야의 예상되는 문제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AI가 진정한 인간 중심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윤리적 고려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고 있는 지금, 노벨문학상 위원회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섬세한 통찰”을 높이 평가하였듯이,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가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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