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에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카페 ‘바벨드림’ 별관. 이곳에서는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공개 누드 크로키 시연회가 열렸다. 권영태 서양화가가 이번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올해 4월 10년만에 울산에서 공개 누드 크로키 시연회가 열린 뒤 올 들어 2번째다. 행사에는 울산미술협회 회원과 누드 크로키 동호회원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창문에 대형 흰종이를 붙이고 입구에는 보안요원이 출입을 통제한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는 여자모델이 20분 가량 먼저 포즈를 취하고 이어 남자모델이, 다음에는 남여 모델이 듀엣으로 함께, 마지막으로 준비한 퍼포먼스를 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행사에 참가한 회원들은 바닥에 방석을 깔고 자리를 잡거나 갖고 온 이젤을 세우는 등 모델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 준비했다. 모델이 가운을 벗고 음악에 맞춰 자세를 취하자 회원들은 4B연필, 목탄, 파스텔, 붓펜 등 다양한 도구로 일제히 그리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음악과 타이머를 두고 남여 모델이 각 20분 가량 3분씩 여러 자세를 선보였고, 그 후 듀엣으로 7분씩 4개의 자세를 취했다.
회원들은 모델들의 역동적인 포즈는 물론 섬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고 빠르게 그려 나갔다. 중간 중간 음악이 끊길 때에는 긴박한 스케치 소리만이 들렸다. 남자 모델의 경우 기계체조 선수 못지 않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20분이 끝났을 때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누드 크로키 행사에 참가한 박정희씨는 “10년 전 울산 누드 크로키 모임에 참여해 활동해오다 해체되고 나서 10년만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며 “비록 원하는 그림은 건지지 못했으나 울산에서 이런 행사에 참여한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대순씨는 “모델의 역동적인 포즈에 심취해 그리는 동안 계속 감동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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