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112]]13부. 흐르는 물(3)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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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1112]]13부. 흐르는 물(3)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10.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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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자연장을 치르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K가 남긴 유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절대로 흔적을 남기는 묘지나 비를 남기지 말 것과 화장 후 유골을 사막이 시작되었던 반구대 일원에 뿌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했다.

반구대에서 사막을 만들어 낸 것은 K가 아니라 나였다. 그 사막을 몽땅 거두어간 것이 K였다. 그는 결국 사막을 가슴 속에 품고 몸부림치다가 사막에서 생을 마친 것이다. 나는 사막이 아주 잘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세 사람은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내일 오후에는 대곡박물관에서 일본화가 유리여사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오전에 반곡천에서 산골을 하고 나면 오후에 충분히 대곡박물관의 전시회 오픈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김은경 시인도 일본화가의 전시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일본의 여류 화가가 한국의 암각화 문양을 작품으로 그리게 된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20년 전에 보았던 모습을 보고 그토록 애를 태웠던 나의 마음이라는 것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그녀의 아름다운 이미지만을 사랑했던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운명이라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어 내 마음 조차도 운명이 이끄는 대로 변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녀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모습이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생물학적인 끌림에 불과하지 않을까?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 지금의 아내와 이혼을 하고 미망인이 된 그녀와 결혼을 한다면 사랑이 성취되는 것인가? 숫컷 사마귀는 암컷에게 잡아먹히면서 자신의 씨앗이라도 남기지 않는가.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지. 새삼 백세가 넘은 나이에 요양원에서 죽음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 김재성 노인이 생각났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침 유촌 마을의 김인후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요양원에 있는 작은 할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겨 다녀왔다고 했다. 며칠 전 같은 병실에 새로 노인 한 분이 들어왔는데 다짜고짜 김재성 노인을 폭행했다고 했다. 요양원측에서는 그 노인을 즉각 다른 병실로 격리를 시켰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다고 했다. 요양원 측에서 보여주는 노인의 사진을 보고 왔는데 작은 할아버지와 너무 닮았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집히는 게 있었다. 김재성 노인의 기록에 보면 유리라는 일본인 여자와 같은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고 했다. 살아있다면 지금 80세였다. 그이야기를 했더니 김인후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저쪽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놓았으니 조금 기다리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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