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취업 시켜줄게…前노조간부들 20억대 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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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취업 시켜줄게…前노조간부들 20억대 편취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4.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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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대기업 전직 노조 간부들이 자녀 정규직 취업을 미끼로 회사 동료 등을 상대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피해자들도 자녀들의 취업 청탁을 위해 직접 돈을 보내는 등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도덕적 지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대기업 노조 간부 출신 60대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또 다른 노조 간부 출신 50대 B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벌였지만, 도중에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직장 동료 등 지인 3명을 상대로 자녀를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시켜준다고 속여 8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A씨에게 채용을 청탁한 이들 중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울산의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재직하며 노조 대의원을 여러 차례 지낸 인물로 현재는 퇴직했다.

A씨 범행은 경찰이 또 다른 전직 간부 B씨의 취업 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두 사람은 노조 활동을 하며 가까워졌다.

B씨는 2017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A씨가 소개한 피해자들을 포함해 약 30명에게서 23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조사 결과 B씨는 인사팀 번호로 발신번호를 조작해 문자를 보내는 등 입사가 확정된 척 피해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B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올해 3월 극단적 선택을 해 B씨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경찰은 A씨가 피해액 일부를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도 자녀들의 취업을 위해 직접 돈을 보내며 부탁하는 등 온전히 피해자로 바라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같은 취업 청탁이 완전히 근절돼야 사회에서 취업 사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지인이나 노조 간부의 추천으로 대기업 입사가 가능할 것처럼 주변 사람들을 속여 범행을 일삼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피해자들도 자녀들이 취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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