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너는 존재로 소중하고 가치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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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너는 존재로 소중하고 가치로운 사람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11.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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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희 울산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사무관

1989년 창간되어 울산지역 대표 언론사인 경상일보가 35년 동안 무려 10000호라는 대단한 성과를 맞이했다. 긴 시간 사회변화의 중심에서 가치를 지켜온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교육 현장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소통 칼럼을 열어주심에도 감사를 드린다. 깊고 단단한 지역사회의 언론으로 10만 호, 100만호를 이루는 그 순간을 열렬히 기원한다.

나는 어릴적 뭐든 참 잘하고 싶은 아이였다. 그런데 신은 내게 하고자 하는 마음 만큼 성과를 내는 재능을 주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항상 재능보다 앞서는 마음에 힘들었고 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박수를 쳐주는 모습일때가 많았다. 지금은 언감생신이지만 내가 학생 때는 전교생의 시험석차를 게시판에 공개할 정도로 학생 서열화가 심했다. 그러니 친구를 사귀는 것도 선생님의 관심을 받는 것도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이 유리했다. 당연히 나는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초등학교때는 우등상을 받으려 애썼고 중고등학교때는 전체등수에서 조금이라도 내 이름이 앞에 적히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그 시절 전교생이 참여하는 아침조례 시간에는 전교 1등인 아이가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았다. 수천 명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그 모습은 마치 전쟁영웅 같았다. 내게 타인의 인정은 분명 눈앞에 존재하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았고 그로인해 나의 젊은 시절은 갈망의 욕구로 혼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삶은 참 신기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새로운 깨달음을 만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과서의 한 단락을 최대한 예쁘게 노트에 옮겨 적게 했다. 그리고 검사를 완료한 친구는 집으로 가도 좋다고 했다. 빨간 색연필 동그라미 5개가 그려진 노트를 받아들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짝지를 보았다. ‘나도 꼭 5개의 빨간 동그라미를 받고 말리라~’ 하지만 원망스럽게도 동그라미 3개를 받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힘주어 다시 노트 적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4개였다. 고집불통 최가의 피가 흐르는 나는 3번째 적기를 시도했다. 선생님은 내가 안타까웠는지 아니면 실수인지 알수 없는 4개 반 같은 5개의 애매한 동그라미를 그려주셨다. 그때서야 나는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알았다. 그날 나는 예쁜 글쓰기 실력은 부족했지만 빠른 글쓰기는 뛰어난 아이였다. 내가 3번의 노트 적기를 하고 나올 때까지 교실에는 여전히 다수의 친구가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물속에서는 훌륭한 수영선수지만 나무타기를 시키면 형편없는 존재가 된다. 무조건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만이 정답이 아닌 이유이다.

내게는 탄생의 순간 하늘이 주신 큰 축복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 존재 자체로 나를 무한히 사랑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신 부모님이다.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내가 못하는 것 보다 잘하는 것을 격려해 주셨고, 위대한 사람은 항상 성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러니 나라는 사람에게 서러운 눈물은 있어도 포기는 없었다. 덕분에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나는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살수있었다. 사실 세상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어우러져 대단한 그들이 완성되는 곳이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사회는 개인을 탐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없었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을 따라오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점철되어 있었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과거보다 개인의 생각이 더 귀해졌다. 까닥 잘못하다가는 나의 생각은 없이 모든 것이 보여주는 허상에 이끌려 갈 수도 있다. 타인과 비교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절실하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수의 꼭대기에 있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가치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시간을 희망한다. 세상의 기준 앞에 늘 서러운 울보였던 나에게 전한다. ‘괜찮아, 세상의 기준이 아닌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너는 존재로 소중하고 가치로운 사람이야!’ 그리고 질문해 본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최영희 울산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사무관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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