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정원도시(Garden City) 울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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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정원도시(Garden City) 울산의 미래
  • 경상일보
  • 승인 2024.11.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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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울산은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International Garden Expo) 유치를 통해 정원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산업도시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현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정원도시는 현대 도시계획의 핵심 개념으로, 환경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도시 디자인을 통해 미래 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정원도시라는 개념은 19세기 말 영국의 도시계획가 에베네저 하워드(Ebenezer Howard)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는 인구 과밀, 환경 오염, 열악한 주거 환경 등의 문제를 초래했으며, 하워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원도시를 구상했다. 그의 저서 <내일 : 진정한 개혁의 길(Tomorrow: A Peaceful Path to Real Reform)>과 이를 개정한 <정원도시로 가는 길(Garden Cities of Tomorrow)>에서 하워드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롭게 통합된 생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워드가 제안한 정원도시는 ‘전원도시(田園都市)’와 ‘정원도시(庭園都市)’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녹지와 도시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공간을 지향한다. ‘전원도시’는 농촌과 도시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표현이고, ‘정원도시’는 도시 내 풍부한 공원과 녹지 조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하워드의 정원도시는 몇 가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충분한 녹지와 공원을 조성해 도시민에게 쾌적한 환경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 개선을 넘어, 주민들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인구 규모를 3만2000명으로 제한해 생활과 일터가 가까운 거리 안에 위치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소규모 도시는 대규모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 소음,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예방하며, 사람 중심의 생활 환경을 구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셋째,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조를 지향하며, 도시 중심에 상업 및 행정 기능을 배치하고 주변에 주거지와 농업지, 산업지를 배치해 주민들의 생활이 자립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여러 정원도시를 교통망으로 연결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도시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개념은 20세기 초 영국의 레치워스(Letchworth, 1903년)와 웰윈(Welwyn, 1920년)에서 실현되어 도시계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 도시는 당시 도시의 혼잡함과 농촌의 고립성을 해결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으나,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를 보여주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원도시는 생태도시(Eco City), 친환경도시(Green City)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오늘날 도시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적 정원도시는 기존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스마트 기술과 고밀도 도시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녹지 공간을 도시 중심부에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적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공원과 녹지를 배치해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여가 공간을 제공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를 도입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이러한 정원도시는 단순히 환경미화를 넘어 주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하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울산은 산업도시로서의 역사를 바탕으로, 정원도시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이미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복원한 사례는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성공 스토리로 손꼽힌다. 또한 태화강 국가 정원을 중심으로 도시를 녹지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산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제시하며, 울산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성의 미래를 보여준다.

앞으로 울산이 정원도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건축, 대중교통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과 같은 녹색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참여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주민, 기업, 지자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환경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울산이 성공적인 산업도시의 역사를 넘어 매력있는 정원도시로 변모한다면, 산업과 자연이 공존하고, 환경과 경제가 조화로운 새로운 미래도시의 본보기(Role Model)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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