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96)]수능은 공정하다는 착각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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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96)]수능은 공정하다는 착각서 벗어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4.11.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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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수능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시험을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평가 문항으로 학업 능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고등교육의 기회를 배분하는 것을 공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발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의 ‘시험의 성격과 목적’ 항에서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시험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은 대입 전형 자료를 제공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수능은 과연 공정한가?

공정성의 정의에 대해서, <교육 평가 용어사전>(2004, 학지사)은 “공정성이란, 평가 결과가 평가받는 특성 외의 요인, 즉 평가 대상이 속하는 특정 집단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 않게 나오는 정도를 말한다. 평가 대상이 속하는 지역, 문화적 배경, 학교 환경, 가정환경 또는 성별에 따라서 불리하게 평가된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의 의미는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의 양면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다. 한편 “개인의 교육적 성취 전망은 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회적 계층 배경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Brighouse, 2010)라는 정의도 있다. 위의 정의들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인한 차이는 공정하지만, 사회적 계층 배경이 작용한 결과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정의 핵심은 동일한 조건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공정의 핵심 원리는 ‘공정은 동일함이 아니다(Fairness is not the sameness)’이다. 최소 수혜자를 배려하고 이들에게 최대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공정이고(John Rawls, 1985),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공정이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공정한 측면이 많다. 수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력이 크게 작용하는 수능 시험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교육에 있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도 교육에 있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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