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공업고등학교 철거 위기…울산발전의 역사와 추억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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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공업고등학교 철거 위기…울산발전의 역사와 추억이 사라진다
  • 경상일보
  • 승인 2024.1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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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식 울산남구문화원 지역학연구소장

필자는 울산공업고등학교가 오랜 세월 동안 울산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지켜본 시민 중 한 사람이다. 울산 심장부에 자리 잡고 97년의 역사를 품은 울산공고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라는 미명 하에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울산공고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이곳은 우리 도시의 혼이요, 산업화의 요람이었다. 1937년 개교 이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 역사의 현장을 하루아침에 없애겠다니, 이는 우리의 정체성을 뿌리째 뽑는 것과 다름없다.

울산공고는 울산 시민들의 추억과 자부심이 깃든 공간이자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이를 허물어버린다면,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스스로 지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다름없다. 울산공고 건물의 보존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우리 세대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역사를 품은 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울산의 모습, 그것이 진정한 발전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교육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보존과 발전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역사적 건물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교육 공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울산공고의 낡은 벽돌 하나하나에는 산업수도 역군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꿈이 새겨져 있다. 이를 허물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역사를 가볍게 생각하고 그 역사 속에서 미래로 나아 갈 길을 잊어버린 민족과 조직은 다 망해버렸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한칸 한칸 역할을 담당했던 주역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뜻을 물어 그 뜻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울산지역 문화 보존 관점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우선, 본관 건물의 외관은 최상의 방법으로 보존하면서 내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안전성과 기능성을 개선, 기존 건물과 신축건물의 조화로운 배치로 역사성과 현대성을 공존시키고 본관 건물 일부를 교육·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해 지역 문화자원으로 발전시키는 등 울산 교육·역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학교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울산공고의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교육환경을 미래 가치로 조성하는 대단히 중요한 기회다. 역사성과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이 사업의 바탕인 울산공고와 개교 당시(울산농업고등학교)의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와 울산 발전에 기여한 장기적 영향에 대해 이해 관계자(교직원, 졸업생, 지역 주민 등)뿐만 아니라 울산시민과 울산시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지사다.

아울러 울산시, 울산교육청과 협의도 해야 한다. 이 사업은 교육청만의 사업이 아니다. 때문에 울산시와 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태동과 발전의 실체적 근거 제공 요체에 대한 미래 지향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민 공청회를 개최해 여러 의견을 모았으면 한다.

울산남구문화원(구 울산문화원)은 1968년 12월에 완공됐다. 제1회 울산공업축제는 울산공단 탄생 5년 뒤인 1967년 4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렸다. 볼거리가 없었던 당시에 공업축제는 시민에게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문화원은 그야말로 울산 문화예술의 구심점이었다. 지난 2017년 현재 문화원을 신축할 것인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를 두고 뜨겁게 논의한 적이 있었다. 결론은 내부는 이용객 편의를 위해 시설 개선을 하고, 외부는 지역의 첫 문화원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유지하기로 했다. 남구문화원 건물은 지역의 첫 문화원이자 1970년대 시청과 함께 남구를 대표하는 고층건물이라 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울산공고도 산업수도 울산의 역사성과 상징성, 정체성을 품고 있는 소중한 교육문화자산이므로 남구청이 남구문화원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교육청도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이영식 울산남구문화원 지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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