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도 지난달 국내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부는 가운데,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으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비대면진료 앱으로 직접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기 위해 진료를 신청하자, 의사와 통화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
키, 몸무게, 체질량지수(BMI)를 묻지도 않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위고비 용량 설명 후 몇 달 분을 원하는지 묻고, 원하는 대로 처방해주겠다고 말했다.
0.25㎎, 한 달 분을 요청하자 알레르기 여부를 물은 뒤 약을 사면 설명서를 꼭 읽어보란 말과 함께 처방전이 발급됐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받은 처방전을 인근 약국에 들고 가 보여주기만 하면 저체중이든, 학생이든 누구나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국내 정식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체질량지수 27~30이면서 복수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도 ‘다이어트약’으로 인기를 끌면서 SNS 등 곳곳에서 위고비 구매 방법, 사용 후기 등이 게재되고 있다.
실제 울산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위고비 내돈내산 사용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결혼을 앞두거나 취업 전, 여행 가기 전 단기간에 살을 빼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최소 금액이 한 달분 40만원 상당의 고가의 제품인만큼, 위고비 최저가 판매 약국 정보를 공유하는 글에는 댓글이 130개 이상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에 따르면 위고비는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위고비의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이 이뤄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위고비 처방 시 충분한 진료 등을 당부하는 공문을 각 병원에 발송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위고비 온라인 불법 판매를 단속하고, 위고비를 비대면 진료 처방 금지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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