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평범한 인연으로 만나 낭만적인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일상의 희로애락을 거쳐 마침내 홀로 남겨질 자신의 배우자를 위해 작은 준비를 시작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6년 대학로 창작 연극으로 처음 관객에게 선보인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올해로 9년째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울산에서도 CK아트홀에서 2022년 첫 공연 이후 2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릴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남여 배우 2명이 출연하는 2인극에 화려하지도 않은 이 연극은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스토리에 따뜻함을 더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연극의 시작은 노년의 춘식과 순옥이다. 자식 출가시키고 손주 기다리는 재미로 사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가끔씩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러다 춘식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순옥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떠오른다. 그때부터 춘식은 자신보다 남겨질 순옥에 대한 걱정으로 순옥의 홀로서기를 하나씩 준비한다. 공과금을 이체하고, 전등은 꺼지지 않게 교체한다.
관객은 두 사람의 회상을 통해 중년의, 20대의 두 사람을 만난다. 연극은 노년에서 중년, 20대의 역순으로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보여준다. 춘식과 순옥이 많은 세월 동안 기쁘고 때로는 슬프고 분노했던 순간들을 어떻게 이기고 참았는지를 관객들은 알 수 있다.
70대 노부부 장면에서는 전체적인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두 배우의 감정선이 평이했다면, 40대에서는 남여간 다른 대화법, 인생관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관객들도 빠져들게 된다. 순옥이 이혼을 결심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덩달아 눈물을 훔친다. 20대에서는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배우들의 유쾌한 코믹 연기에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열정적이라 사소한 것도 오해했던 20대, 서로에게 무심했던 40대도 슬라이드처럼 스쳐 간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춘식과 순옥. 노년의 두 사람은 외로움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그 이후 남겨진 이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은 가득하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여기에 스피디한 전개, 3박자가 갖춰진 이 연극은 왜 10년 가까이 스테디셀러인지 알게 해준다. CK아트홀에서 12월29일까지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문의 1533·2704.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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