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한때 울산 대표 먹자골목, 5~6곳 남아 겨우 명맥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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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한때 울산 대표 먹자골목, 5~6곳 남아 겨우 명맥유지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4.12.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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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자료사진)
칼국수(자료사진)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과도 같다.

이런 지역 골목상권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동네 상권, 잠재력은 있지만 행정·재정적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특화거리 상권 등 불황의 형태도 다양하다.

그야말로 ‘골목상권 불야성’은 옛말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해법은 골목상권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지역 주요 골목상권을 찾아 상인들의 애환을 듣고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해 본다.



1980년대에는 값싼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유행했다. 울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시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에게 칼국수는 그런 음식이었다.

이들은 칼국수 가게가 많은 중구 옥교동 115 일대와 인근 굴다리 앞 골목을 ‘칼국수 골목’이라 불렀다. 칼국수 골목은 입소문을 타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울산의 명물로 자리했다. 하지만 재개발과 칼국수를 파는 상인들의 고령화로 점차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과 달리 가게 주인이 바뀌거나 장사를 접고 타지로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3일 방문한 칼국수 골목에는 가게가 5~6곳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마저도 곳곳에 흩어져 있어 ‘과거 이곳에 칼국수 골목이 있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점심 장사에 한창인 모습이다. 손님들은 노년층뿐이지만 이들 모두가 단골이어서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푸짐한 한 그릇을 제공하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손님들은 과거에 비해 칼국수 골목이 초라하지만, 여전히 “그때 생각이 난다”며 향수에 잠겼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한 노인은 “이 집 단골이다. 이 집만 다닌다. 가격도 착하고, 무엇보다도 주인장과 오랜 시간 보다 보니 정 때문에 온다”고 말했다.

다만 울산권역 내 다른 지역에 자리한 칼국수 골목에 밀려 이곳은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곳에서 3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요즘 젊은이들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칼국수를 먹지 않는다. 나도 겨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먹거리 환경 속에서 칼국수 골목이 옛 명성을 되찾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지자체는 어떻게든 상권을 살리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구는 관내 시장과 상권 등을 부활시키기 위해 상세한 진단을 하는 전반적인 실태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용역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된다.

중구는 용역을 통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상권은 더 활성화 시키고, 죽어 있는 상권은 소생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중구만의 특색 있는 상권 활성화 방안 모색이다.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옛 골목 복원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중구는 중앙시장, 옥골시장을 비롯해 성남동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약 100억원 규모의 공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구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2월께 정부의 상권 활성화 공모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방침인데, 지원 분야는 일반 상권 또는 도심형 소형 상권 등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기간은 최대 5년으로, 공모에 선정될 경우 5년간 국비 50%, 지방비 50% 비율로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해당 공모 사업에는 상인들의 역량 강화, 강소 프로그램 발굴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울산 중구 출신 박성민 국회의원 주최로 원도심 상권 활성화 정책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포장마차 거리 마련 등 먹거리 위주의 특화 시장 조성 방안 등이 제시됐다.

중구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을 통해 중구의 상권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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