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당과 무관하다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1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부글부글’ 끓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달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47일 만의 공개 행보다.
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계엄군을 투입했던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나선 것은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음모론 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많다.
사실상 자신의 파면 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남은 형사 재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거대 양당 대선주자들은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인천 남동구 유세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조만간 국민의힘이 큰절하면서 석고대죄, 국민사죄쇼를 할 텐데, 국민들이 그런 데 속을 만큼 정치의식 수준이 낮지 않다. 국민을 진지하게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드린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선거가 공정하게 돼야 한다.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통당(자유통일당), 우공당(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당관계자가 전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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