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현재 한국의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기 탈출의 첫 단계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주요 키워드로 ‘경제’가 24차례, ‘성장’이 12차례, ‘회복’이 10차례 등장했다. ‘민생’이 9차례, ‘위기’가 7차례, ‘공정’이 5차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하고 추경안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이뤄진 사전 환담에는 우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등이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본회의장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올해 1분기 정부소비·민간소비·설비투자·건설투자의 역성장, 역대 최고 수준인 구직 단념 청년 숫자, 연간 100만명 규모의 자영업자 폐업,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 급증 등 위기 신호를 보여주는 세부 지표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투자도 천명하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 성장’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공정 성장은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 표어인 ‘진짜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3대 전략 가운데 하나다. 누구나 성장의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질서를 만들어 혁신을 유도하고, 지대 추구와 갑의 횡포를 막아 ‘성장의 유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실용주의 기조 아래 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친화 정책을 펴는 가운데서도 부의 불평등 해소라는 전통적인 민주 진영의 가치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한 추경안을 설명하면서 10조3000억원 규모 세입 경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상세히 다룬 대목에서도 비슷한 의도가 엿보였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선 국민의힘 등 야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은 피켓 시위나 야유는 하지 않고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기립해 맞으면서도, 연설을 들으며 박수는 치지 않고 침묵으로 대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기립해 악수 인사를 하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다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석을 보며 “대한민국 경제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국회가 적극 협조해달라.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어려운 자리에 함께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퇴장 땐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해 이 대통령과 악수 인사를 나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중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달리 대체로 적극적인 태도로 이 대통령을 배웅하고, 짧은 대화도 나눴다.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분류되는 박성민(울산 중구) 의원도 양손으로 맞잡은 뒤 허리를 깊숙이 숙여 예우를 표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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