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새벽 2시께 잠수복을 갖춰 입은 부부가 북구 제전항 내 어촌계 어장에서 뿔소라를 채취해 나오다 어촌계장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약 75㎏ 분량의 소라를 들고 있었고, 어촌계와 협의로 6포대는 방류하고 1포대만 들고 돌아섰다. 그러나 이들은 잠시 뒤 어촌계원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미리 숨겨둔 전복을 가지러 돌아왔다.
이들이 소라와 전복을 채취한 곳은 제전어촌계가 지난해 약 300만원을 들여 소라 종패를 살포한 마을어장이다. 어촌계는 지난 12일 이들을 고발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촌계 어장 내 무단 수산물 채취는 제전항뿐 아니라 울산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합의가 쉬운 소라나 고동을 먼저 채취해 눈속임한 뒤, 제지를 피하면 돌아와 미리 캐둔 전복이나 해삼 등 고가 어종을 다시 가져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어촌계장은 “낮에 어촌계에 말만 해주고 조금씩 가져가는 건 문제 삼지 않는다”며 “심야에 조직적으로 들어와 수십㎏ 이상을 채취해 가는 게 문제다. 심지어 전복을 손질해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만 챙겨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한때 어촌계 차원에서 야간 감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계원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라 결국 중단했다. 제전어촌계 역시 과거 야간 당직을 마친 계원이 집으로 돌아가다 사고를 당한 이후 당직 운영을 폐지했다. 대신 불법 해루질 신고 시 포상을 지급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운영 중이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현장에서 불법 행위를 목격하더라도 해루질하던 이들이 오히려 거친 태도로 항의하기도 해 고령의 계원들이 제지를 포기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일부 어촌계는 고령 계원들이 수사 절차에 응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 신고하지 않고 합의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춘수 당사어촌계장은 “채취 도구를 사용하면 문제가 되니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듣도 보도 못한 도구를 들고 오기도 한다”며 “매년 어촌계가 비용을 들여 종패를 뿌리고 자원을 조성해도 조직적으로 채취해 가는 일당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니 포상금을 올려서라도 꼭 잡고 싶은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북구 관계자는 “몇몇 어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바다가 어촌계의 마을어장이고, 특히 전복과 해삼 등의 어종은 어촌계나 지자체, 수협 등에서 치어를 방류해 키우는 자산”이라며 “일반인들이 이를 인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선 사전에 어촌계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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