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업무보고를 보면서 울산의 작은도서관을 돌아본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왜 정부는 정부·공공기관·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 없으면 꼭 최저임금만 줘요? 최저임금은 법으로 그 아래는 주면 안 된다는 최저선이지 그것만 주라는 게 아니죠. 적정한 임금을 줘야 될 거 아닙니까.”
그 말은 단지 임금의 문제만을 말하지 않았다. 공공이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지, 공공의 ‘모범’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처럼 들렸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산의 작은도서관들이 떠올랐다. 조용히, 그러나 매일같이 지역의 삶을 받치고 있는 곳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지만, 공공의 온기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버티고 있는 곳들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문해력 향상이다. 글을 읽는 능력은 단순히 교과서의 이해를 넘어, 삶을 결정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AI 시대가 되며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무엇을 묻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시대에, 질문하는 힘이 곧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이 문해력의 기반을 가장 생활 가까운 곳에서 키워낼 수 있는 공공 인프라가 바로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 활성화는 지금, 문해력 향상의 실질적 추진력이 될 수 있고, 문화인프라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
울산에는 220개관의 작은도서관이 지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도 작은도서관은 문을 닫지 않고 주민들의 생활과 돌봄을 지탱했다. 큰 시설이 멈추고 프로그램이 중단되던 시기에, 가장 가까운 공공 공간으로서 버텨 준 것이 작은도서관이었다. 그럼에도 정책적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공도서관’이라는 분류가 무색하게, 운영은 개인의 헌신과 최소한의 보조금에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울산시의 공공도서관 정책은 공립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공립과 더불어 사립 작은도서관이 도서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호 연결되고 지원될 때 가능하다. 작은도서관은 ‘공공이 부족한 곳을 메우는 대체재’가 아니라, 공공도서관 체계의 실핏줄이다. 촘촘한 생활권 네트워크가 있어야 문해력 정책이 현장으로 내려가고, 문화 복지가 일상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지금 울산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물을 또 하나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220개관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정책의 손길이다.
이를 위해 ‘작은도서관 지원센터’ 건립이 시급하다. 지원센터는 단순한 보조금 창구여서는 안 된다. 표준 운영 지원, 인력 교육, 프로그램 품질 관리, 네트워크 연계, 협의체 상설화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핵심은 결국 ‘일자리’다. 안정적인 인건비 지원이 있어야, 운영 인력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으며, 그 전문성이 주민에게 돌아간다.
지금처럼 개인의 시간과 자원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구조에서는, 어떤 열정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결국 사람은 떠나고, 축적된 경험과 관계는 사라지며, 도서관은 ‘간판만 남은 공간’이 되기 쉽다. 작은도서관을 좋은 일자리 사업으로,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궁금해진다.
필자는 그것이 단지 한 사람의 월급이 오르는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고용은 곧 ‘시간의 확보’이고, 시간은 ‘기획의 가능성’이며, 기획은 ‘지역의 변화’로 이어진다. 도서관은 ‘사람이 성장하고 싶어 할 때 배경이 되어 주는 서버(server)’가 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공공의 기반인 작은도서관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라면, 공공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도서관 노동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울산의 작은도서관은 울산시민들의 문해력 향상과 독서문화를 확산하는 플랫폼이며, 돌봄과 토론을 활성화하는 공공의 최전선이다. 좋은 일자리로서의 작은도서관 운영이 가능해질 때, 도서관은 사람을 키우고 지역을 키우며, 울산의 미래를 키울 것이다.
하현숙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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