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포 옆에 웅크렸던 병사의 저 붉은 혼
바위틈 비집고 나와 울먹이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는 변덕스러워 오르는 길이 만만찮다.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석 달 동안 씨 뿌리고 꽃 피워 열매 맺기에 바쁘다.
키 작은 각시투구꽃의 보랏빛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속에 맹독을 감춘 꽃이 ‘밤에 열림’이라는 꽃말을 지니다니.
어느 이름 모를 젊은 ‘병사의 혼’은 투구로부터 연상됐을 듯. 피를 흘리며 풀잎처럼 떨다 이슬처럼 사라진 영혼은 또 어디로 갈거나.
붉다 못해 진보라로 스며들어 거친 바위틈에 울먹울먹 피었다가 바람이 고요한 날 가장 높은 무지개 타고 하늘로 올라갔으리.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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