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58)]부채, 바람을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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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58)]부채, 바람을 빚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06.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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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25일은 단오였다. 단오에는 많은 풍습이 있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단연 부채 만들기다. 단오에 주고받는 부채를 ‘단오선(端午扇)’ 혹은 ‘절선(節扇)’이라고 한다. 백성들이 임금에게 여러가지 부채를 선물하면, 임금은 이 부채를 시종이나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부채를 받은 사람들은 이를 일가친척과 친지들에게 나눠줬다.



뼈 발라 살을 붙여/ 댓(竹) 그늘 엮어놓고// 여백에 그려놓은/ 정갈한 파초 한 폭// 갈증 난/ 한줌 바람이/ 소낙비를 몰아온다 ……‘부채’ 전문(최범환)



박갑수 교수가 펴낸 책 <우리말 우리 문화>에 따르면 부채는 ‘부치다’의 고어 ‘부츠다’의 어간 ‘부츠(扇­)’에 접사 ‘­애’가 결합된 말이다. 시인 소동파(1037~1101)는 “고려의 백송선(白松扇, 쥘부채의 한 가지)은 펴면 한 척이고 접으면 손가락 두 개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칭송한 바 있다. 여기서 손가락 두개 크기의 부채는 바로 접부채를 말한다. 이에 반해 둥글부채는 일명 ‘방구부채’ 또는 ‘단선(團扇)’이라고 했다. 사대부들이 접는 부채를 썼다면 민간에서는 주로 단선이 사용됐다.

부채는 햇볕을 가리고, 비를 막고,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며, 벌레를 쫓거나 불을 피울 때에도 쓰였다. 춘향전에서 이도령이 얼굴을 가린 것도 바로 차면용(遮面用) 얼굴가리개 부채였다. 판소리에서는 긴장감과 흥을 고조시키는 용도로도 쓰였다.

부채춤은 1954년 김백봉이 창작한 한국의 신무용(新舞踊). 한복이나 당의(唐衣)를 입고 양손에는 꽃그림이나 깃털로 장식된 화려한 부채를 들고 아름다운 모양을 구사하며 춘다. 특히 어린 소녀들이 형형색색의 부채를 들고나와 추는 부채춤은 그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이 학의 깃털로 만든 백우선(白羽扇)을 선보였다, 청룡언월도가 관우를 상징하고 장팔사모가 장비를 상징한다면, 제갈량을 상징하는 것은 부채다. 이렇듯 부채는 양반들에게는 위세품의 하나였고 하인에게 무언가를 지시할 때 쓰는 지휘봉이기도 했다.

하로동선(夏爐冬扇)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름 난로와 겨울 부채라는 뜻으로,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30℃를 웃도는 이맘 때가 되면 지난 겨울 진즉 부채를 만들어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의 일이 다 그렇다. 찜솥같은 계절이 바뀌면 지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 그게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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