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 손영자
엉덩이 하나쯤이다 그만큼의 자리다
어젯밤의 만월과 아침에 떴던 해의
엉덩이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간 자리다

아침잠에서 깨어 금방 세수하고 마당으로 달려나온 어린아이 같은 꽃, 수련이다.
맑고 앙증맞은 그 아이가 해질녘엔 졸린 눈 부비며 집으로 돌아온다. 잠자리에 들 듯 꽃잎을 오므리는 그 모습 때문에 꽃이름에도 졸음 수(睡)자가 붙었나보다.
볼살 오른 보름달과 눈부신 아침햇살 번갈아 찾아오는 샛노란 꽃자리. 달과 해가 쉬었다 간 자리라니, 쉽지 않는 발화이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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