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 김동관
단단히 매듭지은 뿌리가 누워있다
허공으로 뻗지 못한 그림자는 비어있고
아버지 고관절 위로 댓잎들이 쌓여간다
대나무 뿌리는 땅속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늘 흙을 밀어내고 옆으로 뻗어가면서 한 해에 한 번만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앞바람에 왕대가 곧게 자라나 위를 쳐다보며 중심을 잡아준다.
뿌리로 누워있는 시간은, 자식들이 엇나가지 않을까 아버지가 말없이 지켜보는 침묵의 시간이다.
탄력을 잃은 피부, 굵은 뼈마디가 드러난 그 자리를, 시인은 차마 마른 주름이라 말 못 하고 ‘댓잎들이 쌓여간다’고 토로한다. 김정수 시조시인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