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정순·주진태씨 ‘장관상’
내일까지 남구문화원서 전시회
공모전 참가 대부분 고령자들로
코로나에 못배우는 서운함 토로

나이 일흔에 ‘인생 봄날’을 찾은 지정순(69) 할머니와 꼬부랑 굽은 허리의 ‘기역(ㄱ) 할매’ 주진태(75) 할머니가 생애 최고의 상을 받았다. 9월 대한민국 문해의 달을 맞아 (재)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원장 허황)이 추진한 2020 성인문해교육 시화공모전에서 부총리겸교육부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성인문해교육 시화공모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뒤늦게 글을 배운 뒤 지난 날을 돌아보며 마음으로 쓴 시를 그림과 함께 꾸며보는 행사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지역별 예선을 거쳐 전국 단위 경쟁을 거치는데, 올해 지정순(남부도서관)·주진태(울산푸른학교) 두 할머니가 나란히 큰 상을 받았다. 최우수 상은 수만여 명에 달하는 전국 성인문해교육생들 중 10명에게만 주어지는데, 그 중 2명이 울산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여자는 글을 몰라도 되는 줄 알았다/세월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데/ 나는 매일매일 추운 겨울만 살았다/70이 넘어서야 나는 봄을 만났다/영원히 봄하고만 놀고싶다’-지정순 作 ‘내인생의 봄’ 중에서
‘칠십년을 부려먹은 내몸은 ㄱ자가 되었다/ㄱ도 몰랐던 나는 ㄱ을 배워 신이나고/육이오도 아엠에프도 코로나도 이긴 힘으로/오늘도 신나게 싸워보자 글자야/ㄱ할매가 간다!’-주진태 作 ‘ㄱ할매가 간다’ 중에서

현재 울산남구문화원 1층 갤러리숲에는 두 할머니의 작품 외에도 으뜸상, 슬기상, 버금상 등 30여점 수상작들이 전시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관람은 힘들지만, 오는 29일까지는 그들이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쓴 자필 시화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평소에는 일상의 행복과 가족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았지만, 올해는 유달리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작품이 많다. 참가자 대부분이 노령인 공모전이라, 감염확산 우려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서운함을 시를 통해 토로했기 때문이다.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은 “문해교육시화전은 꾸미지않아 더 순수한, 예술적 감흥이 있다. 그래서 더 감동이 크다. 너도나도 힘든 시기, 가족과 우리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