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푸르렀을 청춘을 읽는다.
메마른 시간 위에 결박당한 어린 영혼
기억의 소환이 때론 뜨겁고 아프다.

천지 만물도 때가 있듯, 형체가 없어 보이지 않은 사람의 푸른 기운도 그와 같아 서서히 흩어져 다시 우주의 기로 환원된다.
이른 봄 어린 차 잎사귀가 한잔의 차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건조된 찻잎 제 향기를 속으로 품었다가 물을 만나면 비로소 신선하고 쌉싸름하게 거듭난다.
‘시인’은 석양을 등지고 앉아 따뜻한 찻잔을 손에 받쳐 들고 지난날을 호출한다.
코끝에 감도는 향기를 어쩌지 못해 그만 아프다고 한다. 과거가 화자에게만 해당할까만.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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