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에 따르면 ‘A-팩토리’는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른다. 1층과 6층은 푸드코트와 테마카페로 조성해 임대를 한다. 11월 중 입점업체 공모를 할 예정이다. 2층은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다. 내년 1월7일 준공한다는 목표다. 3층은 소규모 미술작품 전시가 가능한 갤러리이다. 4층은 공간이 두개다. 남쪽은 지역예술인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내년 2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공미술프로젝트에는 국비 4억원이 지원됐다. 북쪽은 다목적홀로 만들고 있다. 5층은 남구구립교향악단 연습실과 지역작가들의 작업실로 꾸며진다. 6층 푸드코트 옆에도 소공연장이 있다. 이대로라면 지역민과 예술가를 위한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남구는 ‘A-팩토리’의 정체성에 대해 “대한민국 근대화의 포문을 연 산업수도 울산의 심장이라는 역사성과 장생포의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문화시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때 냉동창고였다는 정체성을 살린 얼음테마관 등의 체험시설을 넣어 고래특구와 연계한 관광객 유인에 초점을 두었다가 위탁 등이 순조롭지 않자 온전히 문화시설로 변경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다.
공간구성면에서 보면 ‘A-팩토리’는 사실상 남구문예회관이라 할만하다. 교향악단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상주하고, 규모가 크진 않으나 공연장과 전시장도 갖추었다. 남구는 기초단체 가운데 구립문예회관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울산시문예회관이 남구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남구문예회관 설립이 거론될 때마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역내 구·군문예회관과는 달리 남구만의 독창적인 문화기반시설로 운영한다면 가치를 발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이다. 장생포지역은 공단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민도 많지 않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운영난이 예고돼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수익시설이 아닌 문화기반시설이라고 해도 ‘돈 먹는 하마’가 돼서도 안 된다. 일반적인 전시와 공연 유치로 예산을 낭비하거나 주민들의 이용률까지 저조하다면 예산을 투입할 명분이 없어진다.
사업백지화를 강요하기도 애매한 단계다. 신문고위원회가 남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운영방안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시설과 관광시설을 오락가락하면서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남구의 잘못이 없지 않지만, 5년여 세월동안 1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많은 공을 들이고 이제 곧 개관을 앞두고 있는 사업을 4개월만에 백지화하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A-팩토리’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공장을 리모델링한 문화시설이다. 문화시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중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남구가 신문고위원회의 백지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름의 독창성을 찾아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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