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가을약초’ 주제로
미나리·부추 등 활용 음식들
울산 옹기·도자기에 담아내
울산 고유의 옹기문화와 자연 그대로의 음식문화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졌다. 4일 울산 해남사 경내에서 지난 봄의 향기를 돌아보며 가을 정기를 듬뿍 머금은 재료들로 우리네 정서를 반영한 전통사찰음식을 만들어 시민들과 공유하는 ‘2020 전통음식문화한마당’ 행사가 마련됐다.
울산불교종단연합회(회장 산옹)가 주최하고 해남사(주지 혜원)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봄꽃, 가을약초’라는 큰제목과 ‘울산옹기와 도자기에 담은 계절차림’이라는 부제로 진행됐다.
전시장에는 봄과 가을의 나물과 약초, 버섯과 꽃 등 울산지역 산과 들에서 구한 풍성하고 건강한 식재료 뿐 아니라 지역 특산품인 미나리와 부추를 사용한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소개된 음식 모두 지난 30년간 산사의 승원 음식과 불화, 불교 복식에 이르기까지 전통 문화를 전파하는데 매진한 명천 스님과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소목문화원 마선영 대표이자 요리연구가가 완성했다.
이에 울산지역 가마인 왕방요, 조일요, 외고산 옹기마을 허진규 옹기장, 가구디자이너이자 도자공예가인 김지원 작가 등이 전통에 기반한 현대적 감각의 그릇으로 행사의 품격을 더해줬다.
전시장은 하루종일 우리음식문화를 배우려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붉은빛과 초록빛이 대비되는 ‘토마토 솔부추샐러드’, 만두를 닮은 ‘능이버섯규아상’, 다시마와 국간장에 조린 ‘가을무와 두부소박이’, 약용재료를 으깨고 튀겨낸 ‘쑥토란완자’ 등은 자연 그대로의 건강함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종 해초와 야채들로 만든 부각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그 중 들깨송송이와 서실부각은 들깨줄기와 서실나물을 찹쌀풀에 먹여 가을볕에 말린 뒤 뜨거운 기름에 튀겨냈다.
특히 울산태화강의 십리대밭과 연계해 죽순을 곁들여 만든 죽순 두부무침, 최고의 맛과 영양을 품었다는 가을무와 산나물을 함께 지진 산나물 무우전도 인기가 높았다.
해남사 주지 혜원 스님은 “울산의 풍요로움을 닮은 음식과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 옹기·도자기로 새로운 음식문화를 알리고자 했다. 느림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